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6월3일은 평범한 시민이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결정짓는 날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는 3년여 만에 치러지는 '조기대선'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 특별하다. 정치 양극화로 인한 사회 갈등과 경제 불확실성 등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한 표가 갖는 무게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구경북(TK)은 어떤가. 앞선 사전투표(5월 29~30일)에서 TK 투표율은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대구는 25.63%로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 경북은 31.52%로 15위에 머물렀다. 지난 20대 대선과 비교해서도 8~9%포인트가량 떨어진 수치다. 물론 이는 보수진영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더해 이번에도 드러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런 저조한 투표율이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고착화한 결과"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한 정치평론가는 "TK가 보수진영에 대한 고정 지지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투표를 통해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울산광역시 일산해수욕장 앞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대선 주자도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일 경기도 성남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의 한 표가 역사를 바꾸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며 "투표로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가장 잘 실현할 국민의 도구를 선택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이날 부산역 유세에서 "22일 동안 전국에서 만난 국민의 간절한 외침과 눈물, 아이들의 고사리손, 일자리를 갈구하는 청년들의 뜨거운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해 달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같은 날 영남대 유세에서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미래는 여러분 스스로 바꿔놓는 미래"라며 "압도적인 투표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선택지와 대안이 존재함을 보여 달라"고 했다.
TK는 현재 정치적 냉소나 무력감, 또는 실망을 느낄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의 정치를 상징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한 표'는 의미가 없을까. 역사 속 우리 시민은 바로 그 한 표를 얻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 왔다. 그래서 그 소중한 권리를 "의미 없다"는 말로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가 실망스럽다고 정치에 등을 돌리면, 정치는 더 나빠질 뿐이다. '나' 대신 정치를 결정할 그 누군가는 이미 투표장에 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6월3일은 민주시민에게 주어진 특별한 하루다. 지금의 정치에 실망했다면 더욱더 투표장으로 나가야 한다. 투표는 불만을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수단이다. 그 어떤 시위나 집회의 참여도 투표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리는 모두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다. 무력해 보이는 한 표라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혼자일 때는 작아 보이지만, 함께일 때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것이 바로 '한 표'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