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과하지욕(袴下之辱)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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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0  |  발행일 2025-06-10 제23면

과하지욕(跨下之辱)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중국 한나라 때의 명장 한신이 젊은 시절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는 치욕을 참으며 때를 기다린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남의 가랑이 사이를 기는 굴욕을 참으며 이뤄낸 일이 대의(大義)가 있어야 과하지욕이란 단어를 쓸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과하지욕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기(氣)를 펼 수 있다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랑이 밑이라고 길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의 통상협상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수모든 강압이든 제 개인 일이 아니니까, 국민 모두를 위한 거니까, 저는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그걸 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대통령이 잠깐 접어주면 5천200만(국민)이 기를 펼 수 있다. 그러면 접어줘야죠"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 당선된 지 4일째 되는 날에 성사된 '지각 통화'다. 게다가 백악관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도 않았다. 여러 해석이 나올만하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장면을 보면 필자는 과하지욕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를 것 같다. 국민을 우선 생각하는 이 대통령의 마음이 임기내내 변하지 않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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