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조건부’ 매입, 지방 미분양 대책 맞나요? … 실효성 의문 속 수요 촉진책 요구

  •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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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0 08:32  |  수정 2025-06-20 08:35  |  발행일 2025-06-20
지난 4월 대구 동구 영남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들과 공사현장. 영남일보DB

지난 4월 대구 동구 영남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들과 공사현장. 영남일보DB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 소진을 위해 환매조건부 매입 제도를 꺼내 들었다.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공사가 분양가의 50%로 매입한 뒤 준공 후 1년 내 사업주체가 다시 사들이는(환매) 방식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중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에서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에 긴급 유동성을 제공하는 정도의 효과에 그칠 것이란 게 대체적 반응이다. 정부 부동산정책에 "사실상 지방은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요촉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면에 관련기사


국토교통부는 19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 1만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의 50%에 매입하고, 건설사는 준공 후 1년 내 당초 매각가격에 세금 등 금융비용을 더한 가격으로 다시 사가는 구조다. 예를 들면 이렇다. 건설사는 분양가 4억원의 미분양 아파트를 2억원 손해 보고 HUG에 판다. 그런데 준공 후 1년 내 누군가 나타나 3억원에 사겠다고 하면 이 건설사는 2억원과 금융비용을 HUG에 지불하고 아파트를 되사간 뒤 구매 희망자에게 3억원에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순 있지만 일정 부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매수자가 없으면 소유권은 HUG로 넘어간다.


업계 반응은 차갑다. 반값 분양가 매입에 응할 사업주체가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부도 위기에 긴급 유동성이 필요한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돼 지방 미분양 해소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송원배 이사는 "분양가의 50%로 매입하는 이번 대책에 선뜻 나설 사업주체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 사업에 대구 신청은 300호에도 못 미친 결과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LH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에 대구에서는 9개 업체 286호 신청이 이뤄졌다. 준공 후 미분양이 3천호를 넘는 대구지역 상황을 감안하면 신청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매입 가격 상한선이 감정가의 83% 이내라는 점이 작용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 역시 "할인 분양을 해도 소진이 더디고 지방 부동산시장 경기가 나아질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반값 분양가에 주택을 팔 사업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긴급 유동성이 필요하지 않는 한 참여할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시는 물론, 업계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수요 촉진책을 요구하는 중이다. 송 대표는 "집값이 급등하는 서울과 달리 지방의 집값 하락은 장기화하고 양극화는 더 커졌다. 새 정부는 지방이 요구해 온 세제 및 금융규제 완화 등의 수요 촉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서경규 대구가톨릭대 서경규 교수(부동산학과)는 "미분양 대책이라기보다 추경의 방향성 정도로 이해된다.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사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효과"라면서 "대선이 탄핵정국에 묻혀 치러지다 보니 부동산정책 방향성과 설계가 부족해 궁여지책으로 나온 안으로 보인다.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릴 정교한 해법을 고민해야 하지만, 당국의 시선이 급등세인 서울에 집중되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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