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한백산 자락에 위치한 송해 선생 부부 묘소에서 '송해 선생님을 사랑하는 모임' 봉사자들이 잡초를 제거하며 묘역을 정비하고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옥연지 송해공원 인근 한백산 자락을 따라 산길을 3분가량 오르면 소담한 묘역 하나가 눈에 띈다. 국민 MC 송해(본명 송복희·1927~2022) 선생과 부인 석옥이(1934~2018) 여사의 묘소다.
묘역엔 잡초 하나 허투루 자라지 않을 정도로 잘 정돈돼 있다. 두 기의 묘는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우러졌다. 묘역을 찾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정갈하고 정성스럽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올해부터 '송해 선생님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의 자발적 봉사팀이 묘역 관리를 맡고 있다. 송종구 달성군자원봉사센터장을 중심으로 옥포읍 주민 3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낫과 호미를 챙겨 산을 올라 묘지를 정비한다. 누구의 지시도, 보상도 없다. 오롯이 고인을 기억하고자 하는 일념 뿐이다.
묘역에 도착한 이들은 말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경사진 묘역 옆에는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을 덧쌓고, 기울어진 둘레석은 반듯하게 세웠다. 떨어진 헌 화병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거해 검은 봉투에 담았다.
작업 후 이들은 잠시 묘비 앞에 섰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고쳐 묶고,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고개를 숙였다. 표정엔 존경과 애틋함이 서려 있다.
송 센터장은 "묘소를 찾는 분들이 고인의 삶을 느낄 수 있도록 단정하게 유지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며 "송해 선생을 기억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년 추석 무렵엔 달성군산림조합이 정기적으로 벌초를 한다.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풀은 무성해지고 낙엽은 수북히 쌓인다. 연중 내내 묘역이 잘 정돈돼 있는 건 이 봉사팀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일부에선 묘역 주변에 꽃을 심거나 작은 표지판을 설치할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송 센터장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송해 선생 부부의 묘소가 늘 정갈한 이유는 그 삶을 조용히 기억하려는 이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으로 보인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