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혼식 6개월 전 취소에도 “계약금 못돌려줘”…예식장 소비자 피해 속출

  • 박영민
  • |
  • 입력 2025-07-16 22:58  |  발행일 2025-07-16
소비자 “표준약관 따라야”…예식장 “자체 규정 고수”
피해자 급증에도 ‘합의 권고’ 제도적 한계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A씨는 아들 결혼식을 위해 대구 북구의 한 웨딩홀과 9월 예식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100만원. 하지만 결혼 당사자인 아들이 미국에 거주 중이고 처가도 미국에 있는 점을 고려해, 계약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국 예식을 취소했다. 미국에서 예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


A씨는 예식장 측에 직접 찾아가 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계약 후 15일이 지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예식일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상식적으론 환불이 가능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결혼식장 예약을 수개월 앞두고 취소했음에도 계약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식장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내부 규정을 근거로, 환불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예식 문화에 익숙치 않은 시민들의 피해가 속출할 수 있는 대목이다.


16일 영남일보가 한국소비자원에 확인한 결과, 예식장 계약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2년 345건에서 지난해 614건으로 2년새 78%나 증가했다. 이 중 다수가 계약금 환불 문제에 집중돼 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했지만 "당사자 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예식장을 두 차례 더 찾아갔지만 계약금을 돌려받을 길은 없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 예식장 표준약관에는 예식일 150일 전에 취소하면 계약금 전액을 환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 기준을 무시하고 자체 약관만을 고수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식장 표준약관'을 보면 예식 예정일 150일 전까지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 계약금 전액을 환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약관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다. 대부분 예식장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체 약관을 고수해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A씨와 계약을 체결한 예식장 역시 "예약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자체 약관에 따라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대구에도 많은 예식장이 이 표준약관을 따르지 않고 있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분쟁조정 과정에서도 법적 효력이 없고,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결국 예식장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 이후 결혼식 수요가 늘면서 관련 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부당한 기준을 제시하는 예식장과의 계약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순남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예식장 대부분이 표준약관이 아닌 자체 약관을 따르면서 소비자 피해가 생기고 있다"며 "가장 좋은 건 표준약관을 따르는 예식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계약을 했다면 법적 효력은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하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조정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 이미지

박영민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