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커피 공화국 시대'다.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액은 2조원에 육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바야흐로 '커피 공화국' 시대다.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액은 2조원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11% 증가한 액수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는 한국 상륙에 성공했다. 한국 매장 수가 일본을 추월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가 됐다.
오죽하면 커피를 물처럼 마신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질병관리청의 조사로도 증명된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1만여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하는데, 이를 토대로 '최근 5년간(2019~2023년) 우리 국민의 음료 섭취 현황'을 지난달 발표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마신 음료는 아메리카노 등 무가당 커피로 나타났다. 섭취량은 112.1g으로, 국민이 마신 음료 10잔 중 4잔에 달한다. 탄산음료 섭취량(48.9g)보다 2배 더 많다.

포항 카페마레의 김헌태 대표가 드리퍼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커피가 '국민 음료'로 자리잡은 만큼 커피 산업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엔 단순히 각성효과를 위한 음료였다면 이제는 나만의 커피를 찾는 시대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맞춤형 메뉴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건강을 고려한 디카페인 커피부터 바로 마실 수 있는 RTD 커피, 애호가를 위한 스페셜티 커피까지…. 친환경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박람회 '서울카페쇼'는 이에 주목해 2025년 커피 산업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 대구에서도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커피 산업의 최신 트렌드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박람회 '대구카페쇼'가 열렸다. '국민 음료'가 된 커피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요즘 커피 산업의 흐름을 들여다봤다. 14면에서 계속
차별화된 맛의 경험…'스페셜티 커피' 열풍

리믹스커피의 스페셜티 원두인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G1 내츄럴 싱글오리진 원두. <리믹스커피 제공>
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커피가 아니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개인의 선호도도 확고해지면서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카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특별한 커피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최근 카페업계에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불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국제스페셜티커피협회(SCA)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고품질 커피다. 생산 과정이 까다로워 일반 커피와 차별화된 품질과 풍미가 특징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 중 가장 주된 이유로 '기존 커피와 차별화된 맛의 경험'을 꼽는다.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 생산지의 토양과 기후, 고도 등 재배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향미를 지닌다. 그 고유의 맛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일반 커피보다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을 구현한다. 원두의 재배와 유통 과정에서 공정무역과 직접 거래라는 윤리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또다른 인기 요인. 그만큼 가격은 비교적 높게 형성되지만, 이런 매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대구카페쇼를 찾은 방문객들이 스페셜티 원두를 한자리에 모은 특별기획존 '로스팅타운' 내 바첼커피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조현희기자
지난 1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커피 박람회 '대구카페쇼'를 찾은 최준희(33)씨는 스페셜티 원두를 한자리에 모은 특별 기획존 '로스팅 타운'을 유심히 둘러봤다. 최씨는 "카페에서 한 잔에 8천원, 비싸면 만원이 넘어가는 커피도 있지만 향을 맡으면 그 값이 이해된다. 대량 생산 커피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라며 "같은 원두라도 로스팅(생두에 열을 가해 커피의 풍미를 만드는 작업)이나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같은 흐름에 주목해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RTD(Ready to drink coffee; 포장된 커피), 인스턴트 커피 등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2031년 570억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은 줄이고, 맛은 그대로…디카페인 커피 인기 여전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가 디카페인 커피 누적 판매량 1억잔 돌파를 기념해 진행한 디카페인 커피 이벤트.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 확산으로 디카페인 커피도 꾸준히 인기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제거한 커피다.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현저히 낮아 카페인 성분에 민감하거나 오후 시간대에도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은 이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의 포문을 연 곳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7년 디카페인 커피를 출시했다. 비용 300원을 추가하면 디카페인 커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해 지난해 말까지 누적 1억2천잔 이상을 판매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지난해 전체 음료에서 4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이에 디카페인 커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8월 '디카페인 콜드브루'와 '디카페인 오틀리 콜드브루'를 선보이며 디카페인 커피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디야커피는 모든 커피 메뉴에 디카페인 옵션을 추가했다. 커피 풍미의 일부는 카페인 성분에서 비롯돼 일반 커피보다 맛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일반 커피와 맛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공정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인기다.
대구 스페셜티 로스터리카페(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의 김수진 이사는 "한때 가향 커피와 게이샤 커피가 유명해졌지만,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와 여전히 찾는 건 디카페인 원두"라고 전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생두·원두 수입량은 7천23t으로 전년보다 7.7% 늘었다.
이야기까지 마신다…메시지·로컬도 담는 시대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에서 판매하는 블렌딩 원두 메뉴. 대구의 지명을 딴 이름이다.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홈페이지>
한편 커피업계 내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커피 한 잔에도 '이야기'를 담는 시대가 됐다.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치를 담고 알린다. 이에 따라 커피숍들은 독창적인 콘셉트의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 텀블러 할인,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등을 실시해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또하나 주목할 키워드는 '로컬'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화와 연결된 공간, 지역성과 개성이 살아 있는 커피숍을 선호한다. 이에 발맞춰 커피숍들도 지역성을 반영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제리너스는 2021년 경북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취지로 경북도와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역 특산물로 만든 메뉴를 선보인 바 있다.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는 '달구벌' '83타워' '수성못' 등 대구의 지명을 딴 메뉴명으로 블렌딩 원두를 판매한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