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대구 노곡동 ‘또 침수’ 그후…“원인 분석철저·재발 대책 마련” 목소리…시장 권한 대행 ‘사과’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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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8 22:38  |  수정 2025-07-20 18:49  |  발행일 2025-07-20
큰 침수 피해 다음날(18일), 또 다시 노곡동에 비
주민들, 굵은 빗방울 속 복구작업 “대응 안일 정황”
18일 오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는 전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8일 오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는 전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18일 오후 7시, 대구시 북구 노곡동에는 전날의 침수 흔적이 고스란히 목격됐다. 안일한 대응이 침수 피해를 키운 게 아니냐는 의문과 정황도 함께 동네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날 마을 곳곳엔 냉장고, 선풍기, 청소기, 소파, 테이블 등이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전날 어른 허리까지 찼던 물은 겨우 빠졌지만, 설상가상 이 곳에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빗줄기가 더 굵어지고 있었다. 밖에 비가 와도 복구 작업을 멈출 수 없는 노곡동 주민들이 건물 안에서 바삐 움직였다.


한 가게 안에서 세 명의 남성이 쉴 새 없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가게 안에는 침수 당시 들어온 시커먼 빗물이 남아있었다.


"이게 쓰레기처럼 보이지만, 멀쩡히 쓰던 물건입니다. 물에 잠기고 나서 저렇게 됐어요." 한 남성이 허탈하게 웃으며 밖에 내어놓은 물건들을 가리켰다. 침수 당일, 어떻게 손 써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물이 차버렸다고 했다.


그는 "물에 잠겼던 건물과 가게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데, 지금 또 비가 와서 서글프다. 갑작스레 그토록 빨리 물이 차오른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제진기 문제가 있었고, 전반적으로 집중호우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싶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18일 대구 북구 노곡동의 한 가게 안에서 주민이 빗물에 침수됐던 냉장고 내부를 보이고 있다. 노진실 기자

18일 대구 북구 노곡동의 한 가게 안에서 주민이 빗물에 침수됐던 냉장고 내부를 보이고 있다. 노진실 기자

아수라장이 된 노곡동의 한 식당 안에도 중년 여성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집기들은 온전한 것이 없었다. A씨가 냉장고가 물에 잠겼던 흔적을 보여줬다.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A씨는 "물이 정말 무섭게 찼는데, 15년 전 겪은 침수 피해의 악몽이 또 현실이 될 줄 몰랐다"며 "저녁에 또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돼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했다.


17일 노곡동 침수 당시 직접 제진기 시설을 찾았던 B씨는 "제진기가 작동이 안되고 있었다"며 "침수를 막는다며 각종 시설을 설치는 했지만, 관리는 미흡했던 게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영남일보 취재 결과, 이번 노곡동 집중호우 당시 제진기 미작동과 일부 펌프장 시설 고장 등이 있었던 것으로 관계 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배수펌프에 유입되는 물에서 쓰레기나 나무 등 부유물질을 골라내는 장치인 '제진기' 작동 오류가 이번 침수 사태를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구시 측은 "배수펌프 전수 점검은 물론, 노곡동 침수 사태의 원인 분석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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