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혁신(革新)과 극우화(極右化)의 갈림길에 선 국민의힘

  •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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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4 06:00  |  발행일 2025-08-03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대선 패배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을 지켜봐야만 했던 보수 지지층의 한탄과 상실감을 뒤로한 채, 혁신과 변화의 열망을 담은 국민의힘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서막이 닻을 올렸다. 당 안팎에서 보수 정치권의 쇄신(刷新) 요구가 날로 거세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의힘이 자칫 극우 정당으로 재편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걱정이 앞설 뿐이다.


지난 계엄 사태부터 대선 경선을 거치며 극에 달했던 당내(黨內) 대립 구도 해소를 위한 국민의힘 혁신 방안논의가 이제껏 단 한 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윤 전(前)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지지하는 당대표를 옹립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혁신과 극우화 갈림길에서 또다시 혼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급기야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행위를 멈추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 또한 만시지탄(晩時之歎)일 따름이다.


당 지지율이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10%대까지 곤두박질쳐져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절실하고도 처절한 혁신과 변화를 위한 새로운 모습의 전대를 치러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후보들 간에는 기존의 '친윤 vs 반윤' 대립을 넘어 '전한길 입당'을 두고 내부 갈등까지 겹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당의 존립과 사활을 건 쇄신 경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국민의힘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절박함도 간절함도 보이지 않는 거 같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계속된 선거 참패에 무뎌진 듯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거 같다. 그 부끄러움은 지지자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세 대통령이 연이어 구속과 탄핵을 당했음에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책임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힘의 근원적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아야 할 거 같다. 총선과 대선에서의 연이은 참패와 두 번의 대통령 탄핵사태 속에서도 보수 정치권은 반성과 변화,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계파간 이해관계와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던 민낯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이탈한 보수층의 지지를 되돌리고 아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지고 보수 재건이라는 기대심을 가진 잔류 지지층을 지켜낼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혁신과 변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것도 현실이다. 아직도 여전히 '비상계엄' 국면이 이어져 오고 있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지난 윤석열 정부의 과오(過誤)를 옥죄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정부가 실용정부를 앞세워 70%에 육박하는 국정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버거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는 발전적 해체가 필요한 정당이 됐다는 푸념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국민의힘은 이제까지 당을 지켜 온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상식과 열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 지도부의 무리한 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이 투표를 통해 막아 냈었다. 보수 궤멸을 막고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을 지켜낼 당원과 지지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중도 보수개혁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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