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AI는 이제 지방의 생존 조건이다

  • 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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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5 06:00  |  수정 2025-08-04 17:38  |  발행일 2025-08-04
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한 시골 마을에 혼자 사는 노인이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기도 거의 사용되지 않고, 휴대폰도 꺼져 있었다. 면사무소 복지 담당자가 우연히 들렀을 때 그는 고열로 쓰러져 있었다. "하루만 늦었으면 생명이 위험했을 겁니다." 의사의 말이다. 이처럼 사람이 닿기 전엔 알 수 없는 위기가 지방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방은 지금 고령화의 최전선에 있다. 2025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수도권은 약 19% 정도이지만, 비수도권은 22.38%로 높고, 특히 의성과 같은 농촌 지역은 40%를 넘기도 한다. 더욱이 이 가구 중 약 40% 정도가 독거노인으로, 지속적인 행정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행정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은 줄고 업무는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지방의 행정 수요는 단순한 공무원의 열의와 선의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AI,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동료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AI는 이미 전국 여러 시·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 AI – 고립을 감지하고 위기를 예방하고


경기도 부천시의 'AI 돌봄 시스템'은 독거노인의 생활 패턴을 센서로 분석해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공무원에게 바로 알려준다. 전등이 켜지지 않거나 냉방기 사용이 없으면, 누군가 먼저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AI는 사후 처리 대신 '먼저 알아채는 복지'를 가능하게 한다.


# AI – 디지털이 벽이 되지 않도록, 공무원이 지치지 않도록


서울 송파구는 챗봇과 음성 안내 기반의 AI 민원시스템을 도입해 24시간 민원 응대와 전화 자동 응답을 구현했다. AI는 공무원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적인 일을 덜어주어, 공무원이 더 사람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디지털이 벽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행정의 품질은 높이고 공무원의 소진(번 아웃)을 줄이는 길, 그 출발점이 바로 AI다.


# AI – 교통이 끊기지 않도록, 이동을 이어주도록


고정된 노선과 시간표, 하루 한두 번뿐인 버스. 이동이 제한되면 병원도, 시장도, 친구 집도 갈 수 없다. 교통은 편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제주도, 세종시 등은 AI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DRT)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이나 전화로 부르면 AI가 경로를 최적화해 차량을 배치한다. AI는 고정된 틀을 깨고, 사람의 필요에 따라 이동을 설계한다. 특히 고령자와 교통 취약 지역에선 그 효과가 더 크다.


이렇듯 AI는 사용하기에 따라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따뜻한 돌봄을 가능케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AI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지 못한다. 문제를 정의해 주면 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공무원의 인식과 태도, 그리고 데이터를 나누고 연결할 수 있는 지역의 실행력이 중요하다. 즉 첫째는 공무원이 AI를 내 동료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 둘째는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에 해답을 요구하는 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문제 풀이의 기초가 될 데이터를 모으고 나누는 '지역형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지방은 점점 더 늙고 있다. 그 현실 앞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기술은 감정이 없지만, 사람과 함께할 때 더 따뜻한 행정을 만든다. 복지, 민원, 교통 등 AI는 사람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도달하게 해주는 도구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AI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인식변화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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