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농구·양궁·역도·마라톤까지…대구는 지금 ‘로봇 축제’ 중

  • 이승엽
  • |
  • 입력 2025-08-11 20:41  |  발행일 2025-08-11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현장 가보니
로봇 활용 스포츠리그 한창…17개국 900명 참가
농구·역도 등 다양한 종목서 올림픽 못잖은 열기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에서 한 참가자가 자율주행차를 점검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에서 한 참가자가 자율주행차를 점검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에서 자율주행차 자동차 챌린지에 출전한 한 외국인 참가자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에서 자율주행차 자동차 챌린지에 출전한 한 외국인 참가자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두 발로 선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농구 골대를 마주보며 섰다. 시작 버튼을 누르자 로봇은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공을 찾았다. 공의 위치를 확인한 로봇은 주춤주춤 이동하더니, 이내 오른쪽 팔을 길게 뻗어 공을 들어 올렸다. 한참 동안 발을 동동 거리던 로봇은 마침내 결심한 듯 공을 던졌고,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림을 깨끗하게 통과했다. 숨죽여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는 우뢰와 같은 환성이 터져 나왔다. 로봇을 프로그래밍한 대만 팀 선수는 "짜릿하다. 마치 내가 직접 골을 넣은 기분이다. 며칠을 밤새 합숙한 보람이 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전 세계 로봇인들의 축제인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개막 첫날인 11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 엑스코 서관에서는 휴머노이드·드론·서빙 등 각양각색 로봇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 로봇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로봇 인재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현장을 뒤덮은 이들의 열정과 열기는 실제 스포츠 경기 못잖았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은 199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종환 교수 주도로 주최한 '마이크로 로봇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비롯됐다. '로봇과 스포츠의 융합'이라는 혁신적 발상은 이후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드론, 청소년 교육리그로 영역을 확장했고,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글로벌 로봇 종합대회로 성장했다.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역도 종목에 출전한 한 참가자가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엽기자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역도 종목에 출전한 한 참가자가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엽기자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에어드론 자율주행 레이스에 출전한 이란 팀이 드론을 시범운행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에어드론 자율주행 레이스에 출전한 이란 팀이 드론을 시범운행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이날 현장에선 마치 올림픽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종목의 로봇 스포츠 장이 펼쳐졌다. 올림픽의 꽃인 단거리 달리기는 3~4m 거리를 빠르게 오가는 '스프린트' 종목으로 구현됐다. 아장아장 걸음마 수준부터 역동적인 뜀박질까지 출전 로봇들의 성능은 천차만별이었다. '미니 바벨'을 들고 정해진 거리를 이동하는 역도 경기는 가장 많은 참가자들로 붐볐다. 빠르게 움직이는 과녁을 활로 명중시키는 양궁 경기는 이날의 백미였다.


이 밖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점프와 착지 기술을 평가하는 △3단뛰기, 다양한 난이도의 장애물을 통과해 결승점을 통과하는 △장애물 달리기, 경사도와 암벽 등반 등 어려운 난이도의 과제를 수행하는 △스파르탄 레이스, 400m를 가장 빠르게 뛴 팀을 가리는 △마라톤 등이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경기장 다른 한편에선 '윙윙' 소리와 함께 드론이 힘차게 날아 올랐다. 사각의 링 안에서 드론들은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높낮이가 각각 다른 8~10개의 게이트를 통과하는 미션은 결코 쉽지 않아보였다. 천신만고 끝에 모든 게이트를 통과한 이란 팀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누렸다. 레이스 트랙과 도시 트랙으로 구성된 경기장을 이동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챌린지'도 지켜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외국인 참관인들이 11일 대구 엑스코 서관에서 외국인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제30회 FIRA 로보월드컵 앤 써밋' 외국인 참관인들이 11일 대구 엑스코 서관에서 외국인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이날 로보월드컵 맞은편 공간에선 '2025 국제로봇 올림피아드 한국대회 본선'이 진행됐다. 전국 초·중·고교 학생 766개팀, 1천300여명이 참가해 AI 자율주행, 로봇 애슬레틱스 등 10개 종목 29개 부문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겨뤘다. 세계대회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경기인 만큼, 선수들의 집중력과 열정도 남달랐다. 로봇이 미션 수행을 완료하자 엑스코가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대한로봇스포츠협회 박영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대회는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미래 인재가 모여 로봇과 AI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협력하는 자리"라며 "주어진 미션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 과정이 앞으로 기술 발전과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여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대구시 홍성주 경제부시장도 환영사를 통해 "이번 대회는 참가 학생들이 글로벌 수준의 로봇 경진 행사를 체험하며 전 세계 로봇인과 함께 어우러져 글로벌 AI 로봇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의미 있는 자리"라면서 "대한민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혁신적인 로봇인재 양성과 로봇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기자 이미지

이승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