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닮아간다는 것

  •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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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3 06:00  |  수정 2025-08-13 10:28  |  발행일 2025-08-13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유교에서는 자녀가 부모님을 대할 때 '불초소생(不肖小生)'이라는 말을 쓰곤 했다. 자신이 부족하여 아버지나 조상님을 닮지 못했다는 겸손의 표현으로, 자신을 낮춤과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원래 이 말은 맹자(孟子) '만장편'에서 요임금의 아들 단주(丹朱)와 순임금의 자식들이 부족하여 왕위를 물려줄 수 없다는 표현한 것에서 유래한다.


유교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의 아니라, 어찌 보면 모든 인간의 삶은 항상 주변의 무언가를 닮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고사성어에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했다. 물 가까이 있으면 옷이 젖고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옷이 검게 변하듯이 내 주변에 어떤 인물이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나 얼굴은 점점 닮아간다. 부부도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서로 닮아간다 하고,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하듯이 사람은 서로 가까이 있으면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실 닮아간다는 것은 종교에서 진리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을 닮아간다는 것은 원죄에 의해 하나님과 분리된 인간이 예수님을 가까이하는 것에 의해 원래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성령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라는 것도 부처와 중생이 원래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중생의 삶에서 벗어나 부처의 삶을 영위해 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수행은 나보다 먼저 깨달은 이를 스승삼아 부처의 생활을 반복하고 중생의 생활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행은 진리를 닮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평소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했다. 좋은 친구가 옆에 있으면 나 또한 그렇게 변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나 또한 그 사람에게 좋은 벗이어야만 할 것이다. 유유상종이라 하듯이 서로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어야 오래 어울리면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하루를 살면서 과연 어떤 사람을 닮아가고 있을까? 눈을 돌려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오늘 나의 마음에 아픔과 괴로움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사랑과 은혜를 나눠주고 있는가? 만약 누군가 나의 일상에 고통과 불행을 주고 있다면 빨리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자. 그리고 항상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주고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을 가까이 하자. 그렇게 좋은 친구를 가까이 한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는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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