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반값 빵 잡아라” 통신사 할인에 프랜차이즈 빵집 ‘오픈런’ 열풍

  • 강승규
  • |
  • 입력 2025-08-18 15:05  |  발행일 2025-08-18
개문과 동시에 매진…아침마다 길게 늘어선 대기 줄
“점심 전에 다 동나” 업주·직원도 놀란 판매 속도
시민 반응 엇갈려…“혜택 반갑다” vs “불편 커졌다”
기업 보상이 소비 촉진으로…‘민생 쿠폰’ 닮은 효과
전문가 “단발성 이벤트 넘어 사회적 책임 모델 돼야”
17일 오후 대구 달성군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진열대.  S 통신사의 반값 할인 행사 이후 오전 부터 손님들이 몰리면서 진열대 곳곳이 텅 비어 있다.강승규 기자

17일 오후 대구 달성군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진열대. S 통신사의 반값 할인 행사 이후 오전 부터 손님들이 몰리면서 진열대 곳곳이 텅 비어 있다.강승규 기자

"오늘도 다 나갔습니다. 인기 있는 빵은 점심 전에 모두 품절 됐어요."


17일 오후 4시 대구 달성군 화원읍 A 프랜차이즈 빵집. 유리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매장 안에는 갓 구운 빵 대신 커피 향이 자욱했다. 뒤늦게 들어온 손님 몇몇은 허탈한 표정으로 "또 못 샀네"라며 발길을 돌렸다. 직원은 "예전 같으면 한낮에도 빵이 넉넉했는데, 행사 시작 이후엔 아침부터 동난다"고 했다.


매장 밖 풍경은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다음날(18일) 오전 7시엔 다사읍의 한 A프랜차이즈 빵집에 갔다. 가게 문이 열리자 고소한 버터 냄새를 따라 앞다퉈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출근길 직장인은 크루아상을, 유모차를 끈 젊은 부부는 초코빵을 골랐다. 계산대 앞 줄은 길게 늘어졌다. 포장용 종이봉투에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진동했다.


"빵 나왔습니다!"라는 직원의 외침과 동시에 제빵사가 꺼낸 바게트와 소보루빵은 10분도 채 안돼 모두 동났다. 주민 이정화씨(42·다사읍)는 "빵 굽는 냄새에 혹해 들어왔다가 빈손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배시시 웃었다.


달서구 진천동 매장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 인기 메뉴에는 'SOLD OUT' 표시가 붙었다. 손님들은 "오늘은 몇 개까지 할인돼요?" "초코소라빵은 더 안 들어오나요?"라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직원은 "본사에서 물량 제한을 걸어 더 드릴 수 없다"며 사과하기 바빴다.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주민 김정숙씨(55·화원읍)는 "빵값이 부담스러웠는데 반값이라 넉넉히 사간다"며 "정부 소비쿠폰처럼 기업도 이런 이벤트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다사읍 주민 박모씨(43)는 "아침마다 줄을 서야 하고, 정작 퇴근길엔 빵이 없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A 프랜차이즈 빵집 곳곳에서 요즘 연일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갓 구운 빵이 진열대에 오르기도 전에 동 나는 장면이 반복된다. SK텔레콤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멤버십 고객 대상 반값 할인(50%) 행사를 시작하자, 시민들이 값싼 빵을 사려고 매장으로 몰려든 것.


이 현상은 단순한 품절 소동이 아니다. 기업의 '면책성 보상'이 소비자의 발길을 움직이고, 이는 다시 지역 상권 매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쿠폰과도 닮았다. 한 통신사의 위기 상황에서 비롯된 보상이지만, 결과적으론 침체된 소비심리에 불을 지피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위기 수습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보상 모델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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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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