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육상, 전국체전에 머물지 말고 세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

  • 장석원
  • |
  • 입력 2025-08-20 01:20  |  발행일 2025-08-19
19일 예천스타디움에서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이 오는 21일부터 전남 목포 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투척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19일 예천스타디움에서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이 오는 21일부터 전남 목포 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투척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19일 예천스타디움에서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이 오는 21일부터 전남 목포 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투척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19일 예천스타디움에서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이 오는 21일부터 전남 목포 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투척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

지난 5월 12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 남자 400m 계주에서 한국신기록을 달성한 나마디 조엘진(왼쪽) 선수와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지난 5월 12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 남자 400m 계주에서 한국신기록을 달성한 나마디 조엘진(왼쪽) 선수와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겸 예천군청 실업팀 감독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본인 제공>

한국 육상이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국내 경쟁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0여 개에 달하는 실업팀과 전국체전 1위에게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준의 보상 및 연봉은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대한 동기 부여를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오는 21일부터 전남 목포 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투척선수권대회'에 참가에 앞서 예천스타디움에서 만난 최인해 대한육상연맹 부회장은 "선수 육성 구조가 역삼각형으로 굳어져 전체 저변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선수와 지도자는 국내 대회에 집중하게 되고 국제 무대 대비를 위한 장기적인 훈련 체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한국 육상 10종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최 부회장은 1998년 예천 풍양고에 첫 발령을 받은 후 예천군체육회와 협력해 20여 년간 지역 육상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그는 예천을 '육상 1번지'로 유지하고 한국 육상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육상 국제무대서 부진한 이유와 해결 방안은


"조금 챙피한 얘기지만 사실 우리나라 육상이 80~90년대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 금·은메달을 획득하며 육상 강국이라고 불려졌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육상은 실업팀이 많다보니 국내 경쟁 구조의 왜곡이 심하다. 현재 실업팀이 90여 개에 달하면서 전국체전 1등만 해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수준의 연봉과 포상금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선수나 지도자 모두 국제대회보다는 전국체전에 집중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는 동기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선수 육성 구조가 '역삼각형'으로 굳어지면서 상위권의 일부 선수들만 집중 관리될 뿐 전체 저변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현재 차세대 선수 MZ 선수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 선수들을 위해 연맹은 선수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예천스타디움 인근에 문을 여는 육상교육센터에서 지도자 교육과 선수 교육을 병행해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나갈 방침이다."


△나마디 조엘진 선수같은 MZ세대 육성을 위한 연맹의 중·장기 전략은


"나마디 같은 선수처럼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금오고 박시훈, 익산시청 김태희 선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선수는 아시안게임 메달도 획득하는 등 대한육상연맹에서 기대가 큰 만큼 육성을 잘 해야한다. 축구나 테니스, 골프 종목은 우수 선수들을 스포츠 선진국에 장기 유학을 보네는 경우가 많다. 연맹도 선진국 유학을 보냈으면 좋겠다. 선수에겐 동기부여 등 많은 것을 배워 올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외국에 오래 가 있지 않았나. 그렇듯이 연맹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해 장기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해외 보냈을 때 그 선수가 외국에서 우수한 선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지만은 만약에 경기 기량이 크게 발전되지 않고 기록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 선수는 지도자로서 어떤 역량을 갖출 수 있다. 결국은 대한민국의 자산이 되지 않겠나. 그런 쪽에서 우리 연맹에서는 육현표 회장님이 적극 신경 쓰고 예산 확보를 또 많이 하고 있다. 지금 우상혁 선수의 경우 1년 중 8개월 가량을 해외에서 생활한다. 해외에서 훈련을 하고 그곳에서 투어 경기를 뛰는데 그런 한 선수에게 들어가는 예산도 엄청나다. MZ세대 선수들은 기존 세대보다 SNS와 휴대폰 등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진로를 판단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단순한 훈련만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연맹에서는 아시아연맹과 협력해 실기 중심의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예천에 조성 중인 교육훈련센터를 통해 선수들이 실제 해외 지도자들과 함께 훈련하고 글로벌 트레이닝 방식에 직접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맹 해외 캠프와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 내용과 기대효과


"연맹은 꿈나무(초등4~중등2학년), 청소년(중등3~고등2학년), 미래 국가대표(고3~대학4학년), 국가대표 등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세분화했다. 단계별 우수 선수들을 선발해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육상 선진국에서 단기 전지훈련 및 교류 경기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또 해외 지도자를 국내로 초청해 국내 선수들과 국가대표 후보 선수들이 실습 중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겪는 '경쟁과 훈련 경험'이 선수들의 국제 감각을 빠르게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예천에서 일본 지도자들이 대한육상연맹 꿈나무 선수와 국가대표 선수 등과 2박 3일간 캠프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도자 연수 역시 세계육상연맹에서 하는 지도자 레벨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 중이다. 축구의 경우 연맹 자체에 지도자 강습회가 있어 레벨 승급을 받아야만 코치를 할 수 있다. 육상도 2급 지도자를 받으면 지도자를 할 수 있지만 한국 육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세계육상연맹의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 현재 200명 정도가 이론과 실기 과정을 마쳤다. 앞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이 과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육상 발전 흐름 속에서 예천 육상의 역할과 기대


"경북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오랫동안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특히 초·중·고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지금 수준에서 만족하지 말고 국제 대회에 대비한 훈련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한다. 시도별로 3~4명의 글로벌 유망주를 지정하고 연맹과 연계해 해외 전지훈련 및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한다면 경북이 한국 육상의 '국제형 인재 공급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스포츠도 굴뚝 없는 사업이다. 예천은 실내·실외 훈련장, 도로 코스, 숙소 등 하드웨어 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스포츠 과학을 접목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전지훈련을 오는 선수들이 처음 입소할 때 체력 측정을 받고 훈련 종료 시에 데이터 기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반복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예천이 '과학 기반 전지훈련 메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그런 시설과 장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각 지역마다 스포츠과학센터가 있는데 경상북도에서는 안동대에 있다. 경북체육회관이 도청신도시로 이전하는 만큼 경북체육회가 직접 운영 관리했으면 좋겠다."


△부회장 겸 실업팀 감독, 현장 경험이 연맹 정책에 어떤 영향 미치나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과 생활하다 보니 정책을 만들 때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지도자 등록제 개편도 그런 고민 끝에 나왔다. 단순히 자격증이 아니라 실기·이론을 함께 이수해야만 지도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는데 이런 현장 기반 정책이 선수와 지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육상의 재도약을 위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은


"결국 선수들이 "열심히 하면 보상이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국제 경쟁력도 살아난다. 연맹도 올해는 포상금 규모를 대폭 늘려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하고 있다. 예천군도 전지훈련 온 선수들에게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지원해주며 "다시 찾고 싶은 훈련지"가 되고 있다. 전국체전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이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간다면 한국 육상은 반드시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자 이미지

장석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사진 등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