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칼럼] ‘尹어게인’ 확실한 국힘 全大 그 후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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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2 09:43  |  발행일 2025-08-22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미 백악관 전 국가안보보좌관)는 '거대한 체스판'이란 저서에서 한국을 '잠재적 정치적 화산'이라 묘사한 바 있다. 위험국가란 얘기다. 20여년 전 미국의 세계 경영 구상이었던 '거대한 체스판'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계속되는 패착으로 뒤엎어졌지만, 한반도의 처지는 그제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자 외세의 길목인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에 언제 조용한 날이 있었겠냐마는 오늘부터 예고된 일주일간의 정치일정은 대한민국과 한국 정치에 또 한 번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23일 한·일 정상회담, 25일 이재명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은 외교·안보 그리고 국가경제의 틀을 바꾸는 주요한 승부처다. 새롭게 등장한 화두 '동맹 현대화'와 미치광이 전략 '트럼프 독트린'에 의거 신질서를 만드는 위험한 체스판 앞에 앉는 일종의 도박이다. 지위에 맞는 이동방식이 있는 체스의 말(馬)처럼 을(乙) 신세인 우리에겐 애초부터 핸디캡이 주어진 불리한 게임이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온, 수많은 국난 극복의 역사를 체득한 역전의 싸움꾼 아닌가. 또 하나 있다. 오늘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단순히 한 정당의 당 대표를 뽑는 일회성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오늘의 결과로 적어도 한국 정치 10년은 '미리보기'할 수 있다.


당원과 싸우는 듯한 후보의 연설, 후보와 당원이 맞삿대질하는 이런 전당대회는 처음 본다. 이미 상당 부분 극우파에 장악된 정당이니 이들의 마음에 드는 말만 하게 되는 것이다. "70~80%는 김문수, 장동혁 지지자이고, 20~30%가 안철수 조경태 지지자이다. 안철수, 조경태가 연설하면 김문수, 장동혁 지지자들은 나가버린다. 극단에 치우쳐서 안 들으려고 한다. 종교단체 같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전한 합동연설회 풍경이다.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인지 당을 뿌리 뽑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달 전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동훈이 외친 '보수 어게인'은커녕 '윤어게인'이 확실하다. 모든 여론조사 지표가 일제히 그렇게 가리킨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서다.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공화당에 뿌리를 둔 정통 보수정당이 윤어게인 세력과 극우 유튜브, 부정선거 음모론자, 친일 뉴라이트 세력, 통일교·신천지 같은 사이비집단에 지배당하고 'TK섬'에 갇히는 건 국민의힘의 위기를 넘어 한국 정치의 심각한 퇴행이다. 혁신을 외치며 건전한 보수의 적통을 이으려는 이들이 되레 공격받고 있다. 나쁜 놈이 성공하는 조직, 빌런(villain·악당)의 법칙(20%의 빌런이 전체를 지배한다)이 통용되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행(幸)과 불행(不幸) 사이 어디엔가 있을 요행(僥倖)이 오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찾아오길 바라지만, 그건 기적에 가깝다.


대구경북에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1/3 정도가 분포한다. 이런 정당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십년간 묵묵히 지지해왔다. 그 덕에 '종가' '아성' '성지' '텃밭' '심장' 같은 수사(修辭)로 예우받아왔다. 이제 그 찬사를 거두는 건 어떤가. 대신, 보수의 'Way Maker', 새 길을 만드는 혁신 TK로의 변신을 바라마지 않는다. 극우로 당을 포획하려는 세력과 절연하고 헌법정신과 민주적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윤희숙(국민의힘 혁신위원장)처럼 '다구리(몰매)' 당하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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