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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하던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사업이 정작 대구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동 환자에게 24시간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대구시가 하반기 중 수성구 등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는 지역에 우선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실질적인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사업 활성화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엔 달빛어린이병원 119개소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소아 경증환자가 응급실이 아닌 주거지와 가까운 아동 병·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2012년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됐다.

달빛어린이병원 로고. 출처: 공식 홈페이지
사업 초기 이용자 만족도가 높아 확대 운영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정부는 2017년부터 건강보험 수가를 통해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참여 모형을 다양화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기존 11개 시·군·구에서만 이용할 수 있던 달빛어린이병원은 점차 저변을 넓혀가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현재 대구엔 동·남·북·달서구와 달성군 등 5개 지역에 각 한 곳씩, 총 5개소의 달빛어린이병원이 확보된 상태다. 이 중 2개소는 대구시가 올 상반기 추가 지정한 곳이다. 사업 시행 시기가 대구보다 늦은 부산(8곳)·인천(7곳) 등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태다. 더욱이 약 32만명의 소아·청소년(만 0~18세) 인구가 있는 대구에 달빛어린이병원 5곳은 '적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하반기 중으로 수성구 등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참여 병원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사업 대상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인력 부족'이다. 평일 밤 늦게, 혹은 주말 및 공휴일에도 환자를 받아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 특성상 의사 1명으론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 2일 이상 선택적으로 운영하거나 연합 운영하는 형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담당 의사가 1~2명 수준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현장 의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구에서 소아·청소년 대상 24시간 공공의료 서비스 지원이 가장 시급한 지역으론 단연 수성구가 꼽힌다. 지역 내 소아·청소년 비중이 21%나 차지해서다. 2012년 첫 사업 시작 땐 수성구에도 참여 병원이 있었지만, 해당 병원이 2016년쯤 운영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후 후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성구에선 병원 2곳과 소아청소년과(의원급) 약 20곳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단순히 병원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인력운영비 지원, 야간진료 인센티브 제공, 약국 연계 방안 등 의료기관의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안을 다각도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현숙 수성구의원은 "충북도의회는 관련 조례를 마련해 협력약국 운영비용을 지원하고, 경북 구미시에서도 국비 외 별도 재정지원을 위해 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늦은 밤에도 문을 연 병원이 있다는 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의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공공 책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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