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국회 본청에서 여야의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복을 입었으며(위 사진) 국민의힘은 항의 차원에서 상복 차림(아래 사진)을 했다. 장태훈기자 hun2@yeongnam.com
1일 열린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때아닌 여야 복장 풍경이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화합과 우리 문화를 세계로 알리기 위해 '한복'을 입고 잔치집 분위기를 낸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입법 독주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상복'을 통해 상반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고 100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특히 여야가 공수를 바꾼 상황에서 첫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어느 때보다 국정감사와 예산 등에서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첫날부터 표정에서 복장까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화합의 의미로 개회식 때 한복을 입자고 제안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다양한 한복 차림으로 본회의장을 찾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주 APEC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독주 체제를 거부한다며 상복을 착용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검은 넥타이와 리본을 매고 개원식에 들어가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고 했다. 이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국민만 바라보고 민생을 지키고 자유와 법치주의를 지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자"며 각오를 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부고를 내면 조문하겠다며 맞받아쳤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상사(喪事)가 발생한 줄 몰랐다"며 "잔칫집에 재를 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1일 국회 본청 본회의장에서 정장을 착용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한복을 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장태훈 기자 hun2@yeongnam.com
박 대변인은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저승사자' 복장을 했더라면 오히려 위트도 있고 국민에게 웃음도 선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꼬았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에 "꼭 그렇게 초를 쳐야만 속이 후련한가"라며 "국제적 망신은 물론 국익에도 해악"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같은 정기국회의 초반 분위기는 '3대 개혁 법안'에서 정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혁 법안의 완수를 목표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개혁에는 언제나 저항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저항으로 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반동의 힘으로 더 큰 저항과 퇴행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언론·사법의 3대 개혁을 늦지 않게 타임 스케줄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개혁 법안 처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우원식 의장은 이날 내년 지방선거일(6월3일)에 1차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하고, 늦어도 10월 초에는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해야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며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해 줄 것을 여야 정당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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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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