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지기 박혜련씨가 대구 수성구의 동네 그림책방 '그림이글에게'에 전시된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대구 수성구 동네그림책방 '그림이글에게'를 찾은 방문객이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동네 그림책방 '그림이글에게'(대구 수성구 들안로 81길 27)가 한국그림책출판협회와 함께 2025 대구 지역도서관과 학교의 실물 수서를 선보이는 '찾아가는 그림책 수서전'을 오는 14일까지 연다.
이 전시는 한국그림책출판협회가 주관하는 전국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책방 등 신청 기관 가운데 선정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선정된 기간 동안 협회 회원사들이 신간 그림책 100여종을 책방으로 보내 전시하고, 도서목록집·독후활동지·굿즈도 함께 제공해 전시 관람객에게 작은 선물을 나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그림책방의 온기가 반기고, 그림책이 출판사별로 정갈하게 펼쳐져 있어 온라인 목록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종이의 질감·색감·제본을 실물로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책방지기 박혜련(45·수성구 지산동)씨는 "동네 책방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시간이 수업과 일상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전시는 대구에 있는 우리 그림책방을 지역 이웃들께 더 널리 알리고, 처음 오시는 분들도 편히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정라온(46·수성구 중동)씨는 "요즘 신간을 직접 만날 기회가 드문데, 여기 오니 한자리에서 다양한 책을 실물로 볼 수 있어서 황무지 속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며 "아늑하고 정겨워서 더 오래 머물게 된다"고 했다. 함께 방문한 손채아(40·달성군 현풍)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으로 보던 표지색이 여기선 다르게 살아난다"는 소감과 함께 "출판사의 특징과 책의 개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각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전시의 핵심은 현장 대화와 연결이다. 지난 3일 오후 6시 열린 네트워킹데이에서는 노란돼지·북극곰·올리·월천상회·봄볕·책속 물고기 등 6개 출판사 관계자가 직접 신간을 소개하고, 지역의 사서·교사·그림책 활동가들과 현장 Q&A로 다양한 활용 방법을 나눴다. 전시가 끝나도 책이 교실·도서관·마을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도록 이후 활용까지 이어보려는 취지다.
이번 실물수서전으로 동네그림책방은 한 번에 구비하기 어려운 다양한 신간을 협회의 지원으로 폭넓게 소개할 수 있고, 독자는 책을 직접 만지고 비교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또 "대구에 그림책 전문 동네책방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전시 이후에도 지역 어린이·가족·교사가 다시 찾는 생활 속 책방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이 된다.
특히 더 많은 이들이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기간에는 매일 저녁 7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단, 외부 강의와 책방 모임 일정으로 요일별 오픈 시간이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책방 공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구지역 도서관·학교·유치원·어린이집 선생님, 그리고 그림책을 사랑하는 누구나 찾아와 출판사와 직접 대화하며 '바로 쓰는 수서 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자리. 그림책방에 모인 신간의 향기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로를 따뜻하게 잇는 동안, 우리의 교실과 도서관과 일상은 한 권의 그림책만큼 더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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