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구청장 공백 속 인사 갈등…대구 달서구청, 시 전출 인사 두고 연초부터 ‘시끌’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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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0 17:54  |  발행일 2026-01-20
달서구 부구청장 공석 장기화속 인사 논의 지연
정기인사 이후 간부급 인사 두고 갈등 표면화
노조 현수막 게시로 내부 갈등 가시화
연초부터 대구 달서구청이 인사 문제로 잡음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청사 내부 5층 복도에 공무원노조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구경모기자

연초부터 대구 달서구청이 인사 문제로 잡음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청사 내부 5층 복도에 공무원노조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구경모기자

최근 대구 달서구청 본관 복도는 행정 업무의 분주함 대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승진한 A국장(4급)의 집무실 앞에는 공무원 노조가 내건 '시 전출 촉구' 현수막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 달째 비어있는 부구청장실의 적막과 대조적으로, 인사 조치를 거부하는 간부 공무원과 이를 압박하는 노조 사이의 '장외 투쟁'이 청사 내부를 달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9일 김형일 전 부구청장이 6·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불거졌다. 대구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달서구의 행정 살림을 책임지는 부구청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즉각 후임 인선 협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2013년 체결된 '광역-기초단체 간 인사교류협약'이라는 제도의 톱니바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멈춰 섰다.


◆'3주의 권리'와 '조직의 의무'사이의 평행선


갈등의 핵심은 '교류 방식'이다. 협약에 따라 대구시가 부구청장을 파견하면, 달서구청은 소속 4급(국장급) 간부 1명을 시로 보내야 한다. 시 전출 대상자로 지목된 A국장은 완강하다. 그는 "국장으로 승진 보직을 맡은 지 이제 고작 3주밖에 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인데, 승진하자마자 짐을 싸라는 것은 가혹한 인사 조치"라고 주장한다.


A국장의 입장에선 3주라는 짧은 기간이 방어 논리지만, 노조와 내부 구성원들의 시각은 다르다. 달서구청 노조는 "부구청장 공백이 길어지면 지선 국면에서 행정 공백은 불 보듯 뻔하다"며 "과거 A국장 승진 당시에도 내부 반발이 극심해 집회까지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전출 거부는 조직 전체의 안위보다 개인의 보직만을 챙기려는 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 주인은 없는데 싸움만… 시민들이 느끼는 피로감


달서청사를 찾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민원 업무를 위해 구청을 찾은 주민 최 모(54)씨는 복도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최 씨는 "구청장 선거 나간다고 부구청장이 그만둔 것도 시민 입장에선 행정 공백인데,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안 가겠다고 싸우는 꼴이 보기 좋지 않다"며 "결국 높은 분들 자리싸움에 애꿎은 구정 운영만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고 했다. 시민 박 모(46·달서구 월성동)씨도 "대구시와 구청 사이의 약속이 있다면 지키는 게 상식 아니냐"며 "개인의 사정도 있겠지만, 53만 구민의 살림을 책임지는 큰 조직에서 인사 문제로 한 달 넘게 후임자를 못 정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강제성 없는 '협약'의 함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13년 체결된 인사교류협약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광역과 기초 행정의 유기적 연결을 위해 만든 협약이 법적 강제성이 없는 '신사협정'에 가깝다 보니, 당사자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타개할 명확한 매뉴얼이 부재하다는 것. 인사권자가 조정 능력을 상실한 사이 조직 내부의 균열은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이번 거부 사태를 '인사위원회 기능 정상화'와 연결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반 직원들은 간부급 행보에 따라 향후 본인들의 인사에도 불이익이 올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달서구청 소속 한 주무관은 "위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간부들이 갈등의 중심이 되니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선 앞두고 결단이 필요한 시점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달서구청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시사한다. 구청장이 선거 준비에 몰입할수록 부구청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대구시와의 원활한 소통과 시급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인사 대치' 상태를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번 달서구청 인사 잡음은 단순한 개인의 보직 거부를 넘어, 지역 공직사회의 신뢰와 시스템의 공정성을 묻는 시험대가 되었다. A국장의 대의적 결단이든, 대구시와 구청의 전향적인 중재안이든 '부구청장 공석'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타개할 처방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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