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 논설위원
끝내 '비극적 서사'로 마무리될 것인가. 대구경북(TK) 통합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통합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파국의 흐름을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TK 통합은 '정치 게임'이 됐다. 게임은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제로섬의 세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벌이는 '네 탓' 공방이 게임의 논리를 반영한다. '지역 소멸 극복'과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라는 통합의 본질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내부의 적'까지 거론했다. "TK 일부 의원들이 직접 연락해 '통합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핑계'라고 맞서고 있다. 극적인 타협이 없다면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2일까지 합의는 어렵다. 6월 지방선거를 감안할 때 12일은 특별법 처리의 마지노선이다.
TK 통합의 무산 위기는 일차적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와 TK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가 불렀다. 이미 통합 특별법이 통과된 광주·전남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초기 통합 특별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사 위치, 지자체 교부세 형평성 문제 등으로 내부 잡음이 심했다. 지금은 아니다. '호남의 생존'을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재정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을 선점할 수 있다'는 실리적 명분을 공유하며 내부의 이견을 잠재웠다. 정치적 결단도 있었다. 통합 청사 위치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주청사 논쟁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광주시청과 전남도청을 '권력의 상징'이 아닌 기능적으로 연결하겠다며 소모적인 입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론(異論) 없이 당론으로 못박았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TK 정치권은 어떤가. '빈껍데기 통합은 안된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당론으로 정했다. 무능의 극치다.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 논리를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방치한 측면도 있다. 특별법에 경북 북부지역에 대한 지원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정치적 약속'일 뿐이다. 안동·예천으로 도청을 옮긴 지 10년이지만, 여전히 도청 신도시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희망이 아직 꽃피우지도 않았는데, 통합으로 다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를 느낄 법하다. 지난 10년 동안 '미완성된 현실'이 "통합 후에도 도청 신도시를 키우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을 믿지 못하게 만든 배경이다. '선(先) 통합, 후(後) 조율'이라는 TK 정치권의 안일한 태도가 경북 북부지역의 공포를 오히려 키운 꼴이다.
TK 통합이 무산되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소리가 먼저 나오겠지만, 내부적으로도 극렬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불신의 파도'가 덮치면서 자칫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동력은 물론, 중앙정부와 협상력도 약해져 대구와 경북이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비극적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갈등 중재'에 실패한 TK 정치권은 시·도민의 냉소 속에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 어떡해서든 통합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어떻게 100% 찬성할 수 있겠나"라는 한심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그런 말은 경북 북부지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3/news-p.v1.20260228.8d583eb8dbd84369852758c2514d7b37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