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태균 민족통일 대구시 청년협의회장- ‘대구의 밤’ 20년, ‘사할린의 밤’ 10년의 기록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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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2 14:36  |  수정 2025-09-13 16:30  |  발행일 2025-09-13
지난해 열린 제9회 사할린의 밤 행사에 참석한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주귀국 동포를 위로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아 9월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

지난해 열린 제9회 '사할린의 밤' 행사에 참석한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주귀국 동포를 위로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아 9월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

사할린의 밤 10주년 대구의 밤 20주년을  맞아 행사를 주최해 온 민족통일 대구시 청년협의회 하태균 회장은

'사할린의 밤' 10주년 '대구의 밤' 20주년을 맞아 행사를 주최해 온 민족통일 대구시 청년협의회 하태균 회장은 " 사할린 동포들의 수십년에 걸친 한과 눈물에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는 19일 대구에서는 특별한 만남의 장이 열리게 된다. 1년에 한 번, 전국의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사할린의 밤'이다. 먼 이국땅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사할린 동포들은 매년 '사할린의 밤'에 모여 오랜 한을 달랜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국회에서 전국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연합회 회장단 초청 만찬에 이어 대구에서 환영 만찬, 공연, 관광 등으로 20일까지 이어진다. 파주, 김포, 김해, 양산 등의 영주귀국 어르신 17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할린의 밤'과 함께 매년 8월 사할린에서는 '대구의 밤'도 열린다. 대구의 청년들이 매년 광복절인 8월 15일 사할린을 방문해 현지 동포들을 위로하는 행사다. '대구의 밤'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행사를 주최한 하태균 민족통일 대구시 청년협의회장은 "올해로 '대구의 밤' 20주년, '사할린의 밤' 10주년을 맞았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민간 단체의 사할린 동포지원 사업이 이렇게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분께 감사한다"면서 "사할린 동포의 오랜 아픔의 역사가 이 행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또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사람의 70~80%가 경상도 사람이다. 우리 동네의 이웃과 사촌들이 대부분 끌려간 셈이다. 내 할아버지 대신 끌려간 것이다.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청년들의 발걸음, '대구의 밤'


민족통일 대구시 청년협의회는 2008년부터 사할린에서 매년 '대구의 밤'을 열어왔다. 1995년 단체와 MOU를 맺고 함께 사업을 추진하던 경북대 교민연구회에서 러시아 동포 관련 세미나가 계기가 됐다. 당시 이태용 회장이 토론자로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 한인에 대한 실태를 처음 전해 들었다. 이듬해인 1996년 단체는 사할린 한인회와 자매결연을 하고 30여 명의 대표단을 사할린으로 보냈다. 첫 방문 이후 사업은 중단됐다. 비용 때문이었다.


잊혔던 행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하 회장이 2007년 취임하면서부터다. 2008년 8월 하 회장은 사할린에서 다시 행사를 시작했다. 2008년, 사할린 현지에서 다시 열린 '대구의 밤'은 동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하 회장은 지난 20년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경산, 용성, 자인, 와촌에서 온 분들이 많았다. 사할린에 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후 매년 8월, 대구 청년들은 사할린을 찾았다. 때론 예산과 인력 부족에 지쳐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지만, 어르신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다시 다음 해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지금까지 20년째 사할린을 오가는 중이다."


◆ "왜 사할린의 밤은 안 하나?"


2015년, 사할린에서 한 할머니가 하 회장에게 물었다. "왜 사할린의 밤은 안 하노?" 이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사할린 '대구의 밤'에 이어, 2016년부터 대구에서 '사할린의 밤'을 시작했다. 그렇게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1992년부터 정부는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과 정착을 지원해왔으며, 2023년까지 약 4천740명이 귀국해 전국에 정착했다. 2021년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영주귀국 대상과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사할린의 밤'은 매년 영주 귀국한 사할린 한인 동포를 초청해 삶의 애환을 위로하고 한국에서의 삶을 지원하는 행사다.


사할린 시립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공연을 열었고, 한인 3세 러시아 학생들을 초청해 한국어 교육과 문화탐방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사할린 예술학교 학생들을 대구 무대에 세워 한국 전통무용을 선보이는 기회도 마련했다.


"매년 사할린을 방문하는 이 사업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연속성을 갖고 행사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을 이해하고 힘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사할린 동포들의 수십년에 걸친 한과 눈물에 위안이 되길 바란다."


하 회장은 "사할린 동포들은 이제 1세대가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2·3세대가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귀국 요건을 제한한 사할린 동포법 때문에 가족 전체가 함께 돌아오기 어렵고, '신(新) 이산가족' 문제도 발생한다. 앞으로는 대구 청소년과 사할린 청소년이 함께하는 교류의 장을 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눈물로 얼룩졌던 지난 70년, 사할린 동포들에게 대구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고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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