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DJ가 대통령되라고 했던 여대생, 조지연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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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5 06:59  |  발행일 2025-09-15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서전 2편 547페이지에는 2006년 3월21일 영남대를 방문했던 날의 이야기가 짧게 나온다. 그날은 DJ가 영남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특강도 했던 날이다. 특강 후 한 여학생의 질문과 DJ의 대답도 자서전에 기록돼 있다. 여학생의 질문은 "저처럼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새내기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였다.


이에 DJ는 "정치인으로 훌륭하게 성공하려면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특히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손을 잡고 반 걸음만 앞서가라"는 조언도 했다.


김대중평화센터 자료에는 이날 질의 응답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하게 나와 있다. 질문한 여학생이 자신을 '영남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조지연'이라고 소개한 말도 적혀 있다. 조지연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중에는 자서전에 없는 격려도 있다. "벌써 1학년때부터 그러한 큰 뜻을 갖고 있으니 잘해서 우리나라 여성 대통령까지 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20년전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멋진 덕담을 들은 여대생은 지금 국회의원이 돼 있다. 경북 경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이다. 작년 22대 총선때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조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20년전의 격려 때문에 국회의원이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께서도 그때 그 여학생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하면 기뻐하셨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금배지를 단 이후 DJ가 말했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국민의 손을 잡고 반 걸음만 앞서 가라"는 DJ의 말이 지금 같은 정국에서 얼마나 소중한 조언인지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조 의원이 지난 2일 내란 특검의 압수 수색을 받았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날 오후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경위를 조사하는 차원에서다. 조 의원은 김 전 장관의 통화에 대해 "경산의 군부대 이전과 관련된 일로 면담키로 약속했으나 취소해야 해서 통화한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특검의 추가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무혐의로 종결될 수도 있다. 법정에서 위법 여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여하튼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이 조 의원에게는 정계 입문후 처음 겪는 시련이 될 것이다.


조 의원은 필자에게 "여자 대통령은 꿈도 꾸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발전,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역할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입장에서 보면 조 의원은 소중한 청년 자산이다. 조 의원은 1987년생으로 올해 38살이다. 대구·경북에서는 매우 젊은 나이에 금배지를 달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보인다. 2020년 총선때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경쟁에 뛰어들어 패기를 보여줬고, 박근혜·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쓰임새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겪는 어려움은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 조 의원은 DJ의 조언만 가슴에 새길 게 아니라 DJ가 겪었던 고초와 극복의 과정도 배우길 바란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인이 되려 했던 여대생의 꿈이 앞으로도 펼쳐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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