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참전용사인 고(故) 성모옹이 남긴 유일한 유품인 국가유공자 패치와 배지. 강명주 시민기자
포항 북구에 거주했던 6·25 참전용사 성모옹(95)이 최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모옹은 포항 장기면 사단법인 향산복지회 산하 유락원에서 11년간 생활했다. 유락원은 재가복지, 양로원,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돌봄 시스템을 갖춘 시설로, 성모옹은 양로원에서 7년, 이후 요양원에서 4년을 지내며 노년을 보냈다.
가족이나 친척의 방문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는 요양원에서의 생활을 가장 즐거운 시기로 꼽으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안식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락원은 이렇게 노인이 나이를 들어가며 점차 필요한 도움을 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초고령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유락원은 2008년 폐교된 장기면 산서초등학교 자리에 설립된 사단법인 향산복지회 산하 시설로, 무연고 노인과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성모옹의 장례와 49재에는 김영희 시설장이 직접 참석해 마지막을 함께했다. 평소 성모옹은 불자로, 매년 초파일마다 김 시설장에게 함께 등을 달러 데려다 달라 부탁을 했다 한다.
유락원 입소 전 성모옹은 살아온 이야기를 거의 남기지 않아, 삶의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다. 성모옹의 마지막 소원은 49재를 꼭 지내는 것이었다. 이에 천년고찰 고석사의 주지 금담스님은 성모옹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직접 49재를 올려주었으며, 막재는 오는 20일 진행될 예정이다. 고석사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사찰로, 지역사회와 불교계에서 다양한 문화·복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무연고자로서 2주간의 공고기간을 거친 후, 국가유공자 예우에 따라 성모옹은 8월 22일 영천호국원에 안장됐다.
유락원 김영희 시설장은 "평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가 마지막까지 외롭게 지내셨지만, 49재를 지낼 수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6·25참전용사와 노인 무연고자 복지, 그리고 초고령사회의 현실과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강명주 시민기자 kmwjuw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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