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논의 과정에서 대법원의 대구 이전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법원행정처가 여당의 구상대로 대법관을 늘리려면 부지 매입 비용 1조원을 포함해 총 1조4천억원이 들어간다며 반대하자, 대법원을 대구로 옮기면 된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그저께 법원조직법에서 '대법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을 대구로 옮기자는 주장은 단순히 비용 절감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맞서는 상징적이고도 실질적인 해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민주당의 주장을 사법부를 압박하는 정치적 공세로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대법원의 대구 이전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5년 전에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로의 이전을 논의할 때 국토균형발전의 명문으로 함께 거론됐다. 작년 6월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법원 대구 이전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대구는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고 4·19혁명을 시작했던 역사적 의의가 깊은 도시로서 대법원이 소재할 만한 의의를 지닌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동참해야 한다. 독일 등 사법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대법원이 지방에 분산돼 실질적 권력분립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참에 대법원이 서울 서초동에 있어야 한다는 당연시된 전제에서 벗어나 대구로의 이전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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