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오나라 왕 합려는 병법가 손자에게 궁녀 180명을 내주며 군사훈련을 시켜달라고 했다. 손자를 시험하기 위함이었다. 궁녀들에게 군사훈련은 당치도 않았으며 그녀들은 진지하게 훈련에 임할 생각이 없었다. 손자는 합려가 가장 아끼는 궁녀 2명을 대장으로 임명하고 훈련 명령을 내렸다. 궁녀 부대는 손자의 명령을 농담으로 여기고 깔깔거리며 장난만 쳤다. 손자는 "병사들이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은 장수의 잘못"이라며 대장 궁녀 2명의 참수를 명했다. 합려가 만류했지만 손자는 처형을 강행했다. 두 여장수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본 궁녀들은 칼과 창을 들고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고사다.
휴대전화 하나로 계좌이체와 금융결제·예약·대중교통이용·전자서명까지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신분증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필자는 SKT 유심 해킹 사태 직후 편리하게 사용하던 앱을 삭제하고 관련 기능을 모두 없앴다. 자칫하다가는 통장까지 탈탈 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전화 받기가 두렵고 지인으로부터 오는 전자청첩이나 부고를 맘 놓고 열어볼 수 없는 시대다. 롯데카드·KT해킹 등으로 온 나라가 긴장 상태다. 자판과 마우스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하는 일이 빈발하고 전국이 현금낚시터가 됐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범죄자는 사기죄·범죄단체조직죄·특경법 위반죄 등으로 중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범죄로 인한 피해는 늘고 있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를 특정하여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자들에게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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