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부호 주한베트남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현국 봉화군수 등이 봉화군 봉성면 충효당에서 열린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 대상지 방문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 봉화군은 지난 3월 멕시코를 방문해 스마트 농업분야 협력을 위해 세이코(CEICKOR) 농업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지난 5월, 봉화군 국제학생우호교류단이 중국 섬서성 동천시 제1중학교를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 봉화군이 국제 교류·협력을 앞세워 지방소멸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단순한 자매결연이나 문화행사 교류을 넘어, 외국인 정주와 다문화 혁신지대 구축이라는 새로운 농촌 생존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베트남·중국·멕시코 등 다층적 글로벌 네트워크는 봉화가 내세우는 '미래 이주사회를 향한 로컬 프런티어' 비전의 핵심이다. 외국인 유입 확대, 다문화 친화 환경 조성, 농촌 정주 여건 개선은 인구감소와 공동체 붕괴라는 구조적 위기 돌파의 열쇠로 제시된다.
◆ 'K-베트남밸리', 봉화군 전략의 상징
봉화군 국제 외교의 중심축은 베트남과의 역사적 인연이다. 국내 유일의 베트남 리왕조 후손 유적 '충효당'을 기반으로 봉화군은 역사·문화를 매개로 한 교류를 발전시켜왔다. 2023년 뜨선시와 자매결연 이후 문화캠프, 이주민 가정 초청행사, 덴도축제 참여 등 다층적 활동이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은 2025년 문체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선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확보된 120억원으로 추진되는 'K-베트남밸리'는 단순 관광 사업이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군은 이 공간을 교육·창업·정착까지 아우르는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베트남 출신 청년들이 봉화에서 창업하고 지역 청년과 협업하는 구조가 가능해지면, 봉화는 단순 이주민 정착지를 넘어 다문화 혁신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아가 베트남 현지 대학과 공동연구, 리왕조 문화 국제 세미나 개최, 청소년 교환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학문적 위상과 국제적 위상을 함께 높이려 한다. 관광 인프라는 베트남 전통가옥, 음식·의복 체험까지 가능한 살아 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국내 관광객에게는 생생한 베트남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봉화군은 K-베트남밸리를 계절근로 정책과 연결시켜 '교육-고용-정주' 선순환을 만들려 한다.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청년들이 봉화에서 기술을 익히고 정착·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2025년 기준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879명으로, 3년 만에 6배 증가했다.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필리핀·스리랑카 등과의 협력이 주효했으며, 특히 베트남 화방현과의 협력은 K-베트남밸리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군은 확보한 56억원으로 옛 봉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 90명 규모 기숙사를 조성 중이다. 이는 단순 인력 수급을 넘어 이주민과 지역이 공존하는 모델로 발전할 전망이다.
◆ 멕시코와 중국 동천시 협력교류
농업 분야에서도 봉화군은 과감히 국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습시설을 보유한 멕시코 세이코 농업대학과 협약을 맺고 스마트농업 기반 구축에 착수했다. 인력 교류, 현지시험, 공동연구를 통해 봉화 농업의 첨단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AI 기반 스마트온실, 식물공장 등 첨단 기술 도입은 청년 농업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 네트워크 확장은 농산물 수출 가능성을 키운다. 단순 생존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의 도약을 꾀하는 것이다. 봉화군 국제 외교의 출발점은 중국 동천시다. 1994년 첫 교류, 1997년 자매결연 이후 30년간 학생 홈스테이, 문화체험, 스포츠 교류 등 실질적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교류도 재개돼, 앞으로는 스마트팜 조성과 연계한 농업기술 교류, 공동 프로젝트 등으로 확장된다. 청소년 국제감각 함양은 물론 봉화군 국제 전략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 지방소멸 대응 외교, 한국 농촌 실험실
봉화군의 대외 전략은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실험장이자 전국 농촌의 모델이다. K-베트남밸리를 통한 다문화 정주형 모델, 멕시코와의 스마트농업 협력, 동천시와의 장기 교류, 계절근로자 확대는 각각 지역 발전의 축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이주민 정착 과정의 문화적 갈등, 교육·의료·복지 인프라 확충, 교류의 경제효과 창출, 주민 합의 형성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행정의 연속성과 주민 참여가 뒷받침될 때 전략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농촌 봉화가 세계와 손잡아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시도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박현국 군수가 강조하듯 '농업·자연·사람이 공존하는 글로벌 정주지'로 향하는 봉화의 선택은 한국 농촌의 미래 전략을 가늠할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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