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아라연꽃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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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4 07:27  |  발행일 2025-10-14

2009년 5월 함안군 가야읍 성산산성(사적 제67호) 연못 터에서 연꽃 씨앗 10개를 발견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700년 전 고려시대 씨앗'으로 밝혀졌다. 이듬해 7월 함안박물관과 농업기술센터는 씨앗 5개 중 2개를 파종으로 발아시킨 뒤 꽃을 피워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함안의 옛 지명인 아라가야를 떠올려 '아라연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라연꽃은 고려시대 불화와 벽화에서 볼 수 있는 연꽃과 비슷한 순수한 모양과 색깔이 특징이다. 이 중 아라홍련은 진흙 속에서도 순결하게 피는 모습으로 '군자의 꽃'이라 불린다. 환생과 재생을 상징한다. 12개 가량의 꽃잎은 13~17cm로 길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화려한 자태를 뽐낸 아라홍련은 700년간의 기다림 속에 꽃이 되고 싶었던 씨앗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함안군은 2013년 아라연꽃을 매개로 가야지구의 천연 늪지에 자연 친화적인 테마공원 함안 연꽃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아라연꽃을 주제로 조성한 연꽃테마파크에서는 홍련, 백련, 수련, 가시 연까지 다양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함안군에서만 볼 수 있는 아라홍련도 숨어있다.


연꽃 개화 시기인 7~8월에는 연꽃 사이 징검다리를 걸으면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연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곳곳에 세운 포토존과 정자 쉼터는 함안군을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 절정이다. 사진작가와 꽃 애호가의 발길이 잦은 명소로 떠오르면서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함안박물관과 농업기술센터가 "오래된 씨앗이라도 한번 심어보자"라는 작은 발상이 최고의 관광명소를 만든 것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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