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업] 기술로 복지를 짓다…사람 중심 제조기업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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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3 18:28  |  발행일 2025-11-03
장애인 근로자들이 만든 배전반…기술과 자립의 ‘상징’
‘이중 내진형 배전반’ 특허…산업과 복지 경계를 허물어
품질로 신뢰얻은 ISO인증 기업…장애인 고용의 새모델 ‘제시’
이응우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대표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사업장에서 생산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응우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대표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사업장에서 생산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응우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대표가 대구 달성군 사업장에서 중증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응우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대표가 대구 달성군 사업장에서 중증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달 21일 찾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전기 제어장치와 배전반을 생산하는 이 곳에서는 숙련된 기술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그들 대부분은 중증장애인이다. 배선을 잇고, 제어반을 조립하는 손끝에는 기술과 자립의 의지가 함께 깃들어 있었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이응우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배전반은 단순한 전기설비가 아니라 장애인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가치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20여년간 배전반 기술자로 일해 온 이 대표는 기술보다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장애인과 함께하는 제조 기업을 세웠다.


◆'이중 내진형 배전반'기술과 포용의 결합


기전사업본부는 국내 최초로 '이중 내진형 배전반' 특허를 획득했다. 지진 발생시 진동을 두 단계로 흡수하는 구조로, 전기설비 손상을 최소화하고 유지보수 효율을 크게 높인 기술이다. 특히 이 제품은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이 뛰어나 공공시설, 병원, 학교, 산업단지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을 통해 단순히 산업적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들이 만든 제품이 국가 기반시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기술 복지의 모델'을 세웠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 곳의 경쟁력은 제품의 성능보다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쌓은 기술진과 숙련된 장애인 근로자들이 팀을 이뤄 제작 과정 전반을 함께한다. 정확성과 품질이 요구되는 정밀한 작업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협업 문화가 정착돼 있다. 공공기관과 교육청, 환경시설 등 다양한 기관에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지만, 기전사업본부의 진짜 강점은 '사회적 신뢰'다. 제품 한대가 완성될 때 마다 그 안에는 단순한 산업의 성취가 아니라, '사람이 일으킨 가치'가 담긴다. 이윤보다 사람, 생산보다 의미가 우선되는 구조가 이 기업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이응우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대표가 대구 달성군 사업장에서 생산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응우 한국장애인문화협회 기전사업본부 대표가 대구 달성군 사업장에서 생산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중증장애인생산시설 지정…제도의 틀 넘어선 '포용의 상징'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중증장애인생산시설'이라는 이름은 이 곳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타이틀이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기술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보증서'이다.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안정적 근무 환경과 기술 습득 기회가 제공된다. 기전사업본부는 이 제도를 통해 고용의 양적 확대를 넘어 '기술인으로의 성장'이라는 질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복지'는 시혜가 아닌 '노동의 결과'로, '보호'가 아닌 '전문성의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현장은 치밀한 배려와 조정이 필요한 공간이다. 기전사업본부는 각 근로자의 신체적 여건과 건강 상태에 맞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위험도가 높은 작업은 배제한다.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되고, 4대보험과 연차휴가 등 복지 제도는 차별 없이 적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문화'다. 동료 간 존중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 곳에서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보람'을 실감한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의 경영'은 제도보다 현장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


◆국제 인증이 만든 변화…'신뢰'의 '토대'


기전사업본부는 ISO9001(품질경영), ISO14001(환경경영), ISO45001(안전보건경영) 등 국제표준 인증을 모두 취득했다. 이는 단순한 명패가 아니라 내부 혁신의 이정표가 됐다. 품질관리 시스템이 표준화되면서 불량률이 줄었고, 환경관리 의식이 확산됐다. 또한 안전보건 체계가 강화돼 근로자들의 현장 안전이 한층 높아졌다. 이 대표는 이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역 내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기업 수익 대부분을 장애인 복지사업에 환원하고,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중앙회를 통해 문화예술 지원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후원한다. 이 대표는 "기업의 역할은 수익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그 수익이 사회에 다시 선순환될 때 진짜 의미가 생긴다"고 했다.


이 대표가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기술 경쟁력과 사회적 가치 확장을 동시에 이루는 기업. 그는 매년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배전반 핵심 기술의 고도화와 특허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매해 10% 이상 장애인 고용을 늘려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전문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고용 유지가 아니라 '기술로 자립하는 장애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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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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