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 여진(餘震), 민주당 정권의 주홍글씨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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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1 09:15  |  발행일 2025-11-21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재판의 2심 항소 포기를 놓고 정치권 후속 공방이 격렬하다. 이재명 정권은 친위부대에 가까운 검사장 인사를 단행함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 의원들은 항소 포기를 비판한 18명의 검사장을 정치적 중립을 거스른 '집단 항명 공무원'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평검사로 강등시키겠다는 협박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재판을 완전히 지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며 민주당 정권을 '조폭 정권'으로 규정, 결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항소포기는 먼저 검찰의 원죄가 크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1심 재판에 미진한 구석이 있다고 검찰이 판단했으면,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이를 관철했어야 한다. 검찰은 독립적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을 보유하고 있다. 설령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 해도 검찰청장(대행)은 법률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이 "많이 부대꼈다. 정권은 지우려 하고 우리는 지키려 했다"는 식의 발언은 한 공직자의 회한을 넘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결기를 기대하는 국민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기는 대목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 19일 단행된 검찰인사에서 과거 정권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발탁되고, 그렇지 않은 인사들이 좌천된 것은 검찰 스스로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누워버리는 습성'이 낳은 폐해 일 수 있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항소포기에 대해 "꺽인 자(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도 나쁘지만, 꺽은 자(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현 정권)는 더 나쁘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정치인의 발언임을 고려한다 해도 항소 포기 전말의 실체적 진실에 근접한 지적으로 보인다. 대장동 일당이 챙길 7천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리 수익을 환수하지 못한 점을 놓고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 이 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 관련, 중지된 재판에 회부돼 있다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항소 포기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고, 설사 있었다 해도 이렇게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은 이 대통령이 억울하게, 혹은 과도한 검찰 수사로 대장동에 얽힌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우리가 직시할 사실은 대통령이 포함된 사안이기에 국민은 더 정의로운 사법절차가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이 두고 두고 정권의 부담으로 남고, 주홍글씨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섣부른 판단이 악수를 낳고, 변명이 또다른 악수를 보태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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