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미 중 하나인 '오징어 무침회'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서구 반고개에 들어서면 매콤새콤한 양념 향이 먼저 코끝을 스친다. 접시에 수북이 담긴 오징어 무침회는 보기만 해도 입맛을 자극한다. 살짝 데쳐 부드러운 오징어에 쫄깃한 논고동, 향긋한 미나리가 매운 양념과 만나면 입안 가득 푸른 바다가 피어난다. 여기에 노릇하게 구운 납작만두 한 점을 집어 무침회에 살짝 얹어 먹는 순간, 씹을수록 고소함과 매콤함이 겹겹이 터지며 맛의 즐거움이 두 배로 올라간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오징어 무침회'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무침회의 시작은 소박했다. '회는 먹고 싶은데, 그때의 대구에는 회가 없었으니까'라는 작은 결핍에서 만들어졌다.
내륙 도시인 대구는 1980년대만 해도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 어려웠다. 싱싱한 활어회는 거의 구경하기 힘들었고, 바다 맛을 그리워한 시민들의 갈증은 늘 허기처럼 남았다. 하지만 그 갈증이 결국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냈다. 삶은 오징어와 소라, 논고동을 붉은 양념에 버무린 '대구식 무침회'다.
무침회 특유의 감칠맛은 대구를 넘어 타지로도 퍼져나갔다. 덕분에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이 독특한 무침회를 맛보려고 반고개 골목을 찾기 시작했다. 50년 전통을 이어온 대교회식당의 전진수 사장은 "최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와 TV방송에서도 '반고개 무침회골목'이 자주 소개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저마다의 미각이 풀어낸 '무침회 한 접시'
'대구 10미 시식단'으로 나선 외국인 크리스와 타지인 영현, 어린이 도이가 무침회를 시식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새빨간 무침회가 상에 오르자 시식단의 시선이 집중됐다. '영남일보 대구 10미 시식단'인 칠레 출신 크리스티안(Christian A)씨, 경기도 출신 서영현씨, 대구 초등학생 김도이군은 대구의 무침회를 각자의 미각으로 풀어냈다.
영현씨는 "처음엔 오징어 초무침 정도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매력의 음식이었다"며 "밥과 함께 먹으니 맵지 않고 간도 맞아서 계속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한국인들한테는 딱 취향저격인 매콤달콤한 맛"이라며 "익숙한 듯 친근하면서 매력적"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인 크리스티안씨는 다소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칠레에서는 해산물을 거의 날로 먹지 않아서 문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미나리와 깻잎의 향이 독특해 외국인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반면 도이군은 무침회에 납작만두를 싸서 먹으며 한껏 눈을 반짝였다. "무침회는 처음 먹어보는데 많이 맵지도 않고 식감이 재밌다"며 "뭔가 쫄면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친근해서 친구들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납작만두나 육전이랑 같이 먹으니까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시식단 소개 : 서영현(올해 취업으로 대구에 첫발을 디딘 새내기 직장인), 크리스(칠레 출신, 대구 생활 2년 차 외국인), 김도이(대구 관남초 5학년, 솔직한 어린이 입맛)
매콤달콤한 오징어 무침회를 납작만두에 싸서 먹는 것은 또다른 별미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매콤달콤하게 즐기는 무침회 레시피
1. 오징어·소라·논고동 등 해산물 손질 : 오징어는 몸통에 격자 칼집을 내고 소금 1스푼을 넣은 끓는 물에 20초 데친 뒤 찬물에 식혀 0.7cm로 썬다. 소라·우렁이도 살짝 데쳐 한입 크기로 준비한다.
2. 채소 준비하기 : 무는 굵게 채 썰어 식초 50ml·설탕 50ml·소금 1스푼에 20분 절인 뒤 씻지 않고 면포로 물기를 짠다. 양파는 찬물에 5분 담갔다 건지고, 당근·청양고추·쪽파·미나리도 알맞게 썬다.
3. 양념에 버무리기: 고춧가루·식초·설탕·마늘·생강·참기름을 섞어 되직한 양념장을 만든 뒤, 모든 재료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4. 마무리 : 접시에 담아내고 위에 고소한 통깨를 뿌려준다. 납작만두나 육전과 함께 곁드려 먹으면 대구식 무침회의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팁 :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 숙성하면 더 맛이 좋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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