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경북 지역민과 기업들이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이른바 'K-스틸법'이 통과됐다. 또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 양성·지원법'은 오는 12월2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처리를 여야가 합의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두 법안 모두 뒤늦게 법제화됐거나 하기로 약속한 만큼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철강도시 포항시와 시민들, 포스코와 연관기업 모두 환영의 뜻을 표하는 등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K-스틸법'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으로 그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던 터였다. 그럼에도 법안이 이제야 통과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철강산업은 제조업 전반에 필수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간산업이자 국민경제의 주력산업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도 불구하고 철강관세는 사실상 고율관세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관세 규모는 한 해 4천억 원을 넘어선다. 중국 철강의 공급과잉 등으로 국내외 수요마저 급감하고 있다. 일부 주요 공장들이 이미 폐쇄됐고 노후 설비나 채산성이 낮은 라인부터 문을 닫는 중이다. 개별 기업의 힘 만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K-스틸법'은 이런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응급조치다.
먼저 국무총리 소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를 조속히 설치해 관련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K-스틸법은 단순 지원을 넘어 철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시행령 제정이 다급하다.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 지역현장의 요구와 의견이 반영되는 건 당연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효성"이라 했다. 자치단체와 기업도 미리 의견을 모아놓아야 실행이 더는 지체되지 않는다.
지역의사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2027년 도입 부칙이 삭제된 건 아쉽다. 사실상 제도 시행이 2028년도 이후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하위법령 개정 및 입학전형 준비와 사전 공지 등의 기간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2028년 적용'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던 의료계는 도입 시점이 연기된 만큼 정부와 논의에 더는 미적대선 안 된다. 수련 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채 의사만 내려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황무지에 씨앗을 뿌릴 게 아니라 먼저 땅을 일궈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