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북교육청 박기환 장학관 “직업계고 인기 상승, ‘성적의 높고 낮음’ 무의미”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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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8 18:33  |  발행일 2025-12-08
경북교육청 박기환 장학관이 지역 직업계 고등학교의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경북교육청 박기환 장학관이 지역 직업계 고등학교의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이젠 '성적이 안 돼서 가는 학교'가 아니라, '먼저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가 바로 직업계고입니다."


경북도교육청에서 직업교육을 총괄하는 박기환 장학관. 그는 최근 직업계고를 둘러싼 변화를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직업계고 위상이 눈에 띄게 올라갔어요. 취업률도 높고, 학생들 눈빛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인식은 거의 사라졌어요."


실제 현장에선 변화를 체감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직업계고를 보면, 일반고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취업율이 좋다. 취업율 68% 이상인 한 학교는 입학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프리미엄 직업계고'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런 변화를 상위 10% 학교가 먼저 이끌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학교들이 전체 직업계고의 얼굴 역할을 하면서, 교육환경과 취업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의 달라진 시각도 언급했다. 예전엔 성적이 애매한 중학생 자녀를 두고 "일반고로 진학해 대학이나 가라"는 선택지가 자연스러웠다면, 지금은 "차라리 잘 가르치는 직업계고에서 기술을 잡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그는 "일반고를 고민하다 직업계고로 방향을 트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학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 세상'이라는 현실이 오히려 직업계고에 대한 신뢰를 키운 셈"이라고 했다.


구체적 통로도 넓어졌다. 고졸 공무원 채용 비율이 30% 이상 올라간 점은 상징적이다. 그는 "고졸 채용 확대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고졸이라도 충분히 공직에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기업·대기업에서도 고졸 전형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체감 기대치가가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학교 안도 몰라보게 변모하고 있단다. 최신 장비를 갖춘 실습실, 기업 현장을 옮겨놓은 듯한 스마트 팩토리 실습장,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학교 기업까지. 그는 "예전엔 '장비가 낡아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요즘은 '우리가 쓰는 장비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더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직업계고 인프라에 집중 투자한 결과"라고 했다.


박 장학관은 진로를 한창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도 한마디 했다. "대학 진학이냐, 직업계고 진학이냐를 단순히 '성적의 높고 낮음'으로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눈이 반짝이는지,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고치는 걸 좋아하는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봤으면 한다. 그런 아이에게 직업계고는 결코 '차선'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조금 더 일찍 찾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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