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사가 시작됐다. 업무시설 이사는 크리스마스쯤 완료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되돌아가는 건 3년7개월 만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근무했던 74년이란 '청와대 시간'이 다시 이어지게 됐다. 오욕의 용산 시대를 뒤로하고 원래의 청와대로 이전한다지만,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착잡하다. 혼란의 국정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청와대 복귀' 공약을 이행한 이재명 대통령은 "퇴임식은 세종에서 한다"고도 했다. 어쩌면 3~4년여 뒤 대통령실은 또 이전을 추진할 지 모른다. 대통령 집무실이 안착하지 못한 모습은 대한민국 정치의 불안정과 혼돈을 보여준다. 세종은 과연 최종 종착지일까. 정권이 바뀌면 또 용산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쯤 되면 대통령 집무실의 공간이동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 조변석개하는 대통령 집무실로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없다. 대통령 집무실의 상징성과 효율성, 역사성과 행정의 연속성이 훼손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용산 이전 때도 '권위주의 청산'과 '개방'을 내세웠지만 어느 것 하나 이행하지 못했다. 되레 불통과 계엄의 상징, 비리와 무속 논란만 낳았다.
3년7개월 사이 왕복 이사비용만 1천300억원에 달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부 공관, 경호부대, 국방부 및 합참 청사도 맞물려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 모두 외교·안보의 핵심 시설들이다. 이전과 복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하나의 방법밖에 없다. '제도화'다. 대통령 집무실 위치의 법제화와 함께 국민투표 등 민주적 절차의 도입이 대안 중 하나다.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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