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 만 4세 아이들이 태블릿PC를 통해 영상을 보고 있다. 김지혜 기자
만 5세와 3세 자녀를 둔 A(여·41·대구 진천동)씨는 요즘 혼란스럽다. 아이가 클수록 '영상'을 못 보게 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그는 "처음부터 아예 미디어를 안 보여줬어야 했는데, 내가 조금 편하자고 보여주기 시작한 게 후회된다. 잠깐만 보게 하려다가 이젠 그만 아이의 일상이 됐다"고 했다. 첫째 아이의 생활습관을 그대로 따라하는 둘째까지 이제는 영상 없이는 밥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못 보게 하면 금세 소란을 피워 결국 영상을 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6면에 관련기사
영유아(5세 이하)의 미디어 의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젊은 부모들은 부작용을 인지하면서도 사실상 아이의 미디어 과의존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돌봄 인프라의 한계, 맞벌이 가정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폰과의존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아동 자녀를 둔 학부모 59.4%가 스마트폰 이용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보다 부정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보다 긍정적 영향력이 크다'는 응답(34.7%)도 상당해 부모의 인식이 아이의 미디어 의존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디어 양육'의 덫에 걸린 것이다.
외국에서는 영유아기 SNS·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규제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프랑스는 '만 3세 이전 스크린 노출 자제'를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호주도 '만 2세 미만 미디어 노출 최소화'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만 18개월 미만 영유아의 스크린 노출을 금지(영상통화 제외)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 반복되는 미디어 노출이 뇌 발달과 감각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아이가 능숙하게 기기 화면을 조작하는 모습을 '인지 발달'로 오해하는 것도 미디어 과의존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대구보건대 고은미 교수(유아교육학과)는 "부모들은 미디어를 아예 돌봄 대체용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영유아기에는 감각을 직접 사용하는, 예를 들면 놀이·블록·책 등 실제 활동이 감각 발달에 훨씬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스마트폰 대신 만지고 탐색할 수 있는 놀잇감을 제공해야 하며, 교육을 통해 영유아기 미디어 노출이 향후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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