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팍스 실리카

  • 박규완
  • |
  • 입력 2025-12-18 12:33  |  발행일 2025-12-18

지난 12일 출범한 '팍스 실리카'는 AI(인공지능) 및 반도체, 핵심 광물을 아우르는 공급망 동맹체다. 한국, 미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이 참여했다. '팍스 실리카'는 평화를 뜻하는 라틴어 팍스(Pax)와 반도체 소재 실리카(silica)의 합성어다. '경제 안보'라는 지경학적 협력 구상이자 전략적 가치사슬 이니셔티브다. 미 국무부는 "참여국은 AI·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기업과 투자자들의 본거지"라고 부연했다.


때맞춰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팍스 실리카' 의지가 담긴 한미 자원·제련 동맹이다.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한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투자하는 구조여서 고려아연이 '백기사'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두고 영풍·MBK와 분쟁 중이다.


강대국이 세계 평화와 질서를 만들어간다는 건 역사의 공식이다. '팍스 로마나'는 5현제 시절의 로마 전성기를 웅변한다. 지중해 전역을 장악했던 '팍스 로마나' 시절의 제국 패권은 라틴어 'Pax'가 관용어로 굳어진 배경이다. 해가 지지 않는다던 19세기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태니카'를 거쳐 지금은 미국 독주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기다. 여기에 AI 동맹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팍스 실리카' 출범은 AI에 의한 세계 질서 재편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박규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