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국경제의 우환으로 떠오르고 있다. IMF 외환위기의 역사적 뼈아픔을 가진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1천500원대를 육박하는 환율과 관련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전방위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국가 신인도가 크게 하락한 지난해 12.3 계엄 수준으로 급등했다. 11월 월평균 환율은 1천460원대로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가지지 않은 1998년 3월(1천488원) 이후 월평균 최고치를 찍었다. 이 총재가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 채권국이라 환율 절하에도 불구하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고 언급했지만,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비춰볼 때 고환율은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없다. 이 총재가 특히 "환율로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고 지적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해외에 투자한 자산가들은 고환율로 불로소득을 얻고 있지만, 수입 석유류와 농축산물, 생필품 값 상승에 노출된 서민들은 그대로 소득 감소의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4천3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한다. 대만의 경우 6천억 달러가 넘는다. 올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무려 290억 달러어치의 해외주식을 사들였다. 더구나 한국의 원화는 알다시피 기축통화가 아니다. 만사 불여튼튼이다. 조그마한 구멍이 스나미를 몰고 올 수 있는 것이 환율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 고환율이 경쟁력을 높이는 강점도 있지만, 자칫 국가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면밀한 관리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K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 설계…웁살라의 이동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12/news-m.v1.20251215.bfdbbf3c03f847d0822c6dcb53c54e24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