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TK신공항, 대한민국 농업의 ‘수출 영토’ 넓힌다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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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2 06:00  |  발행일 2025-12-21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2023년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91억6천300만 달러(약 12조원)로 집계돼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가공식품과 신선 농산물을 중심으로 K-푸드 관련 품목 수출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그럼에도 신선 농산물에 특화된 항공물류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출 과정에서 시간은 비용과 품질을 동시에 좌우한다. 딸기나 샤인머스캣과 같은 고부가가치 신선 과일은 상온·저온에서의 유통기한이 제한적이어서 도착 시점의 신선도가 판매 가격과 직결된다. 국내외 업계 보고를 종합하면, 항공운송의 경우 해상운송에 비해 현지 시장에서 대략 30~50% 수준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송수단의 선택이 단순히 배송 기간만이 아니라 산지 농가의 수취 가격, 반품·폐기 비율, 브랜드 이미지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경북도가 추진중인 '농업대전환' 정책은 생산구조 개선 측면에서 결과물을 내고 있다. 상주와 문경 등 경북도 전역에서 추진중인 주주형 공동영농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정보통신기술과 환경제어시스템을 도입해, 이모작 및 작목전환으로 규모화, 기계화, 첨단화된 기업형 영농으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고품질 농산물이라도 수확 이후 저온 관리, 내륙 운송, 통관·검역, 해외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현지 판매가격은 쉽게 낮아진다. 수확 후 유통·물류를 포함한 '포스트 하베스트(post-harvest)' 단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대구경북신공항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거점 인프라다. 현재 경북도는 신공항 배후지역에 농식품 물류단지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예냉, 선별, 저온 저장, 검역, 통관, 항공 포장 등 주요 단계를 하나의 콜드체인(Cold Chain) 시스템으로 처리하면, 수확 후 내륙 운송과 대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과 가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은 콜드체인 및 관련 물류 시장이 연평균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선식품을 포함한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항공·특송을 통한 소량·다빈도 물류가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은 인근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 냉장창고, 포장·가공시설과 연계해 유럽 내 신선 화훼·농산물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공항의 물류 기능이 배후 농업·제조업의 수출 구조와 결합할 때,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스마트팜, 산지유통센터(APC), 가공시설, 물류·유통 기업 유치를 통해 '농식품 클러스트'가 조성된다면, 생산된 농산물이 내륙 물류-공항-해외 현지 유통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체계를 통해 관리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지역·품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 농업 전반이 직면한 '생산-물류-시장' 연계구조 개선의 문제이다. 대구경북신공항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지금, 필요한 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분석과 차분한 준비이다. 농식품 수출 구조, 물류 비용 구조,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 전망 등의 종합적 검토와 현실적 준비를 통해 대구경북신공항이 대한민국 농업의 '수출 영토'를 넓히고, 농업대전환을 이룰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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