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참사 희생자들의 추모관으로 마련된 영남중학교 세심관 전경. 김현목 기자
대구 영남중학교 내 설치된 '세심관(洗心館)' 존치 여부가 학교 이전와 맞불려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공간은 1994년 4월28일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 학교 이전이 확정되면서 존치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2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심관은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 참사 후 답지된 각계의 성금을 모아 1997년 문을 열었다. 참사 당시 등교하던 영남중 학생 42명을 포함해 모두 10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심관은 1층을 추모 공간으로, 2·3층을 도서관 등 학생 이용 시설로 조성했다. '기억과 일상'이 공존하는 건물로 설계된 것.
하지만 30년 세월이 흐르며 건물은 노후화됐고, 내부 구조도 변화를 겪었다. 1층은 리모델링을 거쳐 시청각실이 들어섰고, 평소엔 수업과 강연이 진행된다. 참사 관련 자료와 유품은 별도 추모실에 보존돼 있다. 벽면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설치됐다. 영정사진은 위치가 조정됐지만 과거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추모 행사가 있을 때 시청각실 대형 화면을 걷어내면 희생자들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제는 세심관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남교육재단이 영남중·고교 이전 사업을 확정했고, 지난해 12월 대구시교육청도 학교 위치 변경 계획을 승인했다. 사립학교법상 학교 부지는 일괄 매각이 원칙이다. 세심관만 따로 떼어내 별도로 보존할 법적 근거는 없다. 부지 매입자가 세심관 부지를 제외하고 인수하는 방식이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추모관인 세심관 벽면이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김현목 기자
재단은 세심관에 보관 중인 추모 물품을 새로 옮겨갈 학교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학교 역사인 만큼 추모를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이전 부지가 협소해 현재 규모의 추모 공간을 유지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세심관이 일반에 상시 개방되지 않았던 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건물 주변에 별도 안내 표지판이 없어 외부 방문객들이 세심관의 의미를 알기 어려웠다. 학교 측은 학생 안전과 관리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다. 영남중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간과 맞물려 있어 상시 개방 시 훼손이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학교 자체 예산으로 건물 전체를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유가족들 의견은 엇갈린다. 이전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지만, 추모 공간을 어느 정도 규모로 남길지를 두고는 시각 차가 있다. 세심관과 비슷한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작은 기념물 형태라도 학생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가족 상당수가 고령이고, 유족회 활동이 위축된 점도 세심관 존치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인숙 유가족 대표는 "학교 이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전 이후 어떤 방식으로 추모할지에 대해선 유족들의 의견을 더 모아 학교 측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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