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여파로 대구경북 지역의 유치원들이 하나둘씩 폐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정오쯤 대구 동구의 폐원한 유치원 전경. 담벼락에는 '매매'라고 적힌 현수막이 크게 붙어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지난달 23일 정오쯤 대구 동구의 한 주택가 골목엔 폐원한 유치원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한때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공간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건물 외벽에 걸린 유치원 간판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앞 담장에는 '매매' 현수막이 크게 내걸려 있었다. 인근 주민 김모(60)씨는 "이 유치원은 동네에서 꽤 알아주는 곳이어서 나도 25년전쯤 딸을 이곳에 보냈는데, 폐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수가 계속 줄다 보니 결국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2025년 대구 최초의 어린이집인 '성서어린이집'이 저출생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오는 6월 노인 일자리 전담 기관인 '달서시니어클럽'으로 다시 문을 연다. 아이 웃음소리 대신 노인들의 일상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이 같은 장면들은 오늘날 대구경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2015년과 2025년 사이 대구경북은 인구와 산업, 교육과 생활 환경 전반에서 뚜렷한 변화를 겪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경북도와 경북도교육청, KOSIS국가통계포털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10년 간 지역의 변화를 '수'(數)로 짚어본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새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제미나이3.0 제작
◆ 인구 구조의 변화
2025년 9월 기준 대구의 총 인구는 239만5천22명이다. 10년 전인 2015년 9월 대구 인구 251만6천734명과 비교하면, 약 4.8% 감소했다.
감소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구성이다. 2025년 대구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1.8%에 달했다. 반면 0~14세 유소년 인구 비율은 10.3%에 그쳤다. 아이보다 노인이 두 배 이상 많았다. 2015년만 해도 고령 인구 비율은 12.5%, 유소년 인구 비율은 13.2%였다.
2025년 9월 대구의 세대 수는 111만1천207세대로, 2015년(98만589세대)보다 약 13.3% 증가했다. 사람은 줄었지만 세대는 늘었다. 1인·소형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북 역시 같은 흐름 속에 놓여 있다. 2025년 9월 기준 경북의 총 인구는 260만2천221명이다. 2015년 9월 275만4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4만7천827명 감소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5년 17.4%에서 2025년 26.2%까지 높아졌다. 경북 인구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노인 인구가 된 셈이다. 반대로 0~14세 유소년 인구 비중은 2015년 12.5%에서 2025년 9.3%로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동시 진행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달서구 성서어린이집 터. 1993년 개원 당시 163명에 달했던 원아는 저출산으로 지난해 32명까지 감소했고, 결국 폐원 절차를 밟았다. 영남일보DB
◆ 어린이 웃음소리는 줄고, 노인 복지시설은 늘고
인구 구조 변화의 체감은 교육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대구의 어린이집 수는 2015년 1천539곳에서 2025년 992곳으로 547곳(–3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재원 아동 수는 5만9천449명에서 3만3천950명으로 42.9% 줄었다.
2015년 기준 대구에는 유치원·초·중·고교가 총 829곳 있었다. 유치원은 392곳, 초등학교 221곳, 중학교 124곳, 고등학교 92곳이었다. 2025년에는 전체 학교 수가 739곳으로 줄었다. 유치원은 277곳으로 115곳 감소했고, 초등학교는 239곳, 중학교는 127곳, 고등학교는 96곳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 감소 폭은 더 컸다. 전체 학생 수는 34만2천715명에서 26만1천931명으로 약 8만784명 줄었다. 유치원 원아 수는 3만6천951명 → 2만8천156명, 초등학생은 12만9천583명 → 11만567명, 중학생은 8만982명 → 6만3천675명, 고등학생은 9만5천199명 → 5만9천533명으로 각각 변했다.
이 흐름은 경북에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경북의 어린이집 수는 2015년 2천130곳에서 2025년 1천162곳으로 968곳(–45.4%) 감소했다. 재원 아동 수 역시 7만860명에서 3만6천25명으로 반토막 가까이 줄었다. 유치원 수는 2015년 711곳에서 2025년 632곳으로 79곳 감소했고, 원아 수는 3만8천663명에서 2만4천816명으로 1만3천847명 줄었다. 초등학교는 2015년 476곳 → 2025년 467곳, 중학교는 275곳 → 257곳, 고등학교는 193곳 → 183곳으로 줄었다.
학생 수 감소는 더 가파르다. 초등학생은 12만9천743명 → 10만8천628명, 중학생은 7만7천581명 → 6만4천338명, 고등학생은 9만238명 → 6만4천76명으로 감소했다.
아이를 위한 시설이 줄어든 자리는 노인을 위한 시설들로 채워졌다. 대구의 재가노인복지시설은 2015년 148곳에서 2025년 688곳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어린이집이 547곳 줄어든 사이, 재가노인복지시설은 540곳 증가한 셈이다. 노인 요양시설(의료)은 86곳 → 157곳, 경로당은 1천437곳 → 1천856곳으로 증가했다.
앞산에서 내려다본 대구 전경. <영남일보DB>
◆ 10년 새 대구경북 경제는
실질 기준으로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5년 60조1천323억원에서 2024년 66조6천316억원으로 늘었다. 경북도 같은 기간 113조6천207억원에서 119조3천491억9천만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2024년 기준 실질 기여도는 대구가 –0.79%, 경북은 0.83%로 집계됐다. 대구는 성장 흐름이 둔화된 반면, 경북은 완만하지만 증가세를 유지했다.
고용 구조도 변했다. 대구의 종사자 수는 2015년 89만5천517명에서 2023년 12월 102만8천785명으로 늘었지만, 제조업 종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생활·서비스 중심 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지역 경제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경북의 종사자 수는 2015년 106만6천260명에서 2023년 12월 126만3천352명으로 18.5% 증가했다. 사업체 수 역시 크게 늘었다. 21만8천796개소→33만6천555개소다. 다만 인구 감소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지난해 11월, 개통을 앞두고 있던 대구 3차순환도로 동편 구간 모습. 영남일보DB
◆ 생활·문화 환경의 변화
생활 인프라는 확장됐다. 대구의 전체 도로 개통 길이는 2015년 277만2천711m에서 2023년 338만7천809m로 늘었다. 8년 사이 약 61만5천m 증가한 것이다.
의료기관 수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대구의 2015년 의료기관 수는 종합병원 12곳, 요양병원 61곳, 일반병원 114곳, 의원 1천611곳이었지만, 2023년 12월 기준 대구에는 종합병원 19곳, 요양병원 71곳, 일반병원 92곳, 의원 1천982곳이 운영 중이다.
경북 역시 종합병원은 19곳 → 21곳, 의원은 1천213곳 → 1천282곳으로 늘었고, 일반병원은 84곳 → 52곳으로 줄었다. 두 시도 모두 소규모 분산 형태에서 보다 집중된 형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문화시설의 성격도 달라졌다. 2015년 이전 대구에는 37곳의 등록 공연장이 있었고, 이후 2025년까지 36곳이 새로 등록됐다. 증가분 대부분은 소형 민간 공연장이었다. 대구의 도서관은 2015년 33곳 → 2024년 49곳, 경북은 64곳 → 74곳으로 늘었다.
환경 지표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된다.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연평균 대구의 미세먼지(PM10)는 46㎍/㎥, 포항 44㎍/㎥, 구미 48㎍/㎥, 안동 40㎍/㎥ 등이었으나, 2025년 12월 24일 현재 대구는 25㎍/㎥, 경북 평균은 26㎍/㎥이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