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텍스트 힙(Text Hip)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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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5 06:00  |  수정 2026-01-04 17:22  |  발행일 2026-01-04

지난해 '텍스트 힙(Text Hip)' 열기가 뜨거웠다. 텍스트 힙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멋지다'는 의미를 지닌 힙하다가 합쳐진 신조어다. 책을 일종의 유행처럼 소비하는 트렌드이다. 언뜻 명품 가방 대신 책을 액세서리처럼 들고 다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각에서 지적 허영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결코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출판업계는 "지적 허영이든 뭐든, 책을 소비하는 문화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텍스트 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24년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기폭제가 됐다. 서점가에 도서 구입 열풍이 불었다. 20~30대 젊은층이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을 쓰는 문화로 확장됐다. '라이팅 힙(Writing Hip)'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언론사의 신춘문예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2026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총 3천730편(시·단편소설)의 작품이 접수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텍스트 힙 문화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 모델인 카이어 거버는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exy)'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고전 소설이나 문학 잡지를 들고 길을 걷는 모습이 파파라치 사진에 자주 포착되면서 '책을 든 모습이 가장 패셔너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분 내외의 자극적인 숏폼(Shortform) 콘텐츠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텍스트 힙 문화에 불을 지켰다.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아날로그의 반격인 셈이다. 텍스트 힙 문화가 새해에도 계속될 것인지 새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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