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다.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할 때지만, 덜컥 겁부터 난다. 가열될 진영 싸움도 문제지만, 이보다는 먹고사는 일이 더 힘겨울 것 같아서다. 한국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양국의 선거 결과는 우리 정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나라 모두 중간 평가 성격을 띠고 있어 대통령, 여당은 전력투구한다. 당연히 돈이든 사람이든 가용할 모든 자원을 동원한다. 예산처 수장에 보수의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올해 선거 민심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변수다. 이러다 보니 돈을 뿌려야 한다는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국가 예산을 동원한 재정정책은 물론, 중앙은행을 활용하는 통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돈)을 늘리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다. 효과도 없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3% 성장,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파헤치면 민낯이 드러난다.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착시 효과다. 진통제를 맞은 격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올해도 '헬리콥터'로 돈을 뿌릴 만만의 태세다. 우리 정부는 역대 최대인 728조원의 확장 예산을 편성하고, 국채로 232조원을 조달한다. 적자 국채만 110조원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선거의 해를 실감한다. 지역사랑 상품권과 농어촌 기본소득을 비롯한 현금성 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재정 확장은 이재명 정부의 이념이다. 적자를 메울 증세도 꺼린다. 이 모두 고스란히 국가 빚으로 남는다. 정부도 빚 무서운 줄 모른다. 그렇다고 늘어난 통화량을 줄일 생각이 없다. 지난해 10월 현재, 시중 통화량(M2)은 4천47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다. 돈을 너무 푼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한국은행은 통화량 산정기준을 바꿨다. 국제관례에 따른 조치라고 둘러대지만, 꼼수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미국도 요즘 먹고사는 문제, '생활비 여력(Affordability)'이 가장 무서운 단어다. 다급한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에다 관세 수입을 지원금으로 뿌릴 작정이다. 중앙은행인 Fed도 은밀하게 양적 완화에 나선 상황이다. 양국 공히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 통화국인 데다, 성장률 역시 우리보다 높다. 미국 쫓아가는 건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다.
풀린 돈의 힘은 무섭다. 서울 집값을 들어 올리고, 환율도 요동을 친다. 시장 금리를 올려 기업·가계 이자 부담을 높인다. 모두 물가 상승 요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라지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공짜 점심은 없다. 과한 재정 투입과 느슨한 통화관리는 필연코 잠든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깨우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 괴물은 벌써 기지개를 켰을 수 있다. 고삐 풀린 밥상물가가 그 방증이다. 디플레이션도 무섭지만, 인플레이션은 더 무섭다. 인플레이션은 서민에게 가장 가혹한 세금이다.
올해는 고환율에 이어 인플레이션과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 확장에 여념이 없다. 근거 없는 낙관론을 들고서. 늘어난 나랏빚과 추락한 자산 가치, 치솟은 물가라는 값비싼 청구서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올해는 모두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그래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킬 선량(選良)은 잘 뽑아야 한다. 정책의 방향타를 돌리고 싶다면, 이게 최선의 방책이다.
정부·여당, 지방선거 올인
먹고사는 문제 가장 큰 변수
미국처럼 돈풀기 여념없어
고환율에 인플레이션 우려
값비싼 청구서는 국민의 몫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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