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국민들은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에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었다.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금비녀 보석반지 하나 살 테야/ 비행기도 한 대 사놓고/그랜드 피아노도 한 대 살 테야." 1937년 유명 가수가 혼성 듀엣으로 불렀던 '양상포' 노래의 가사다.
1960년대에 다른 가수가 불렀던 '양상포'는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백금의 보석반지 하나 살테야/텔레비도 한 대 사놓고/자가용도 한 대 살테야"로 달라졌다. 23년 만에 돈의 가치가 떨어져 '금비녀 보석반지'는 '백금 보석반지·텔레비전'으로, '그랜드 피아노'는 '자가용'으로 사치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백만원의 가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졌다. 서울의 집 한 채가 500원이던 강점기에 100만원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부(富)였다. 이를 1963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6억6천만원, 요즘은 서울의 집 2천 채를 살 수 있는 2조원에 이른다. 1963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3.3㎡당 평균 5만원으로, 100만원은 66㎡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1969년 처음 발행된 주택복권의 1등 당첨금 300만원은 서울에서 집 한 채를 구입하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액수였다.
현재는 달라졌다. 지난해 서울의 평균 집값은 10억원 안팎으로 100만원은 더 이상 노래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득 '지금 양상포를 편곡한다면 과연 어떤 가사를 붙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아마도 '보석반지'가 아닌 '서울 아파트', '자가용'이 아닌 '자율주행 전기차'가 등장할까. 어쩌면 '시간·자유·행복'을 사고 싶다는 노랫말이 들어갈 수도 있겠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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