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수업모습<게티이미지뱅크>
네 살짜리 딸을 둔 A(40·여)씨는 최근 자녀의 영어유치원 입학을 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 영어유치원이 지난해 하반기 입학설명회를 마치며 이미 정원이 찼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직접 알아본 결과는 상황은 달랐다. A씨는 "몇 곳을 제외하면 바로 상담이 가능했고, 3월 신학기 입학도 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자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영어유치원 입학 경쟁이 완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영어 조기교육 열기가 식은 것이다. 8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오는 3월 신학기를 앞두고도 대구지역 상당수 영어유치원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대구 시내 영어유치원 10여곳에 입학 상황을 확인해보니 1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올 신학기 입학을 전제로 상담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한때 영어 조기교육 열풍 속에서 유치원마다 수십 명의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진 것.가장 큰 원인은 유아 수 감소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만 3~5세 유아 수는 지난해 3만8천881명이다. 2021년 5만5천591명에 비해 5년새 2만 명 가까이나 줄었다.
영어유치원 수도 2022년 44곳에서 2023년 41곳, 2024년 39곳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휴원 1곳을 포함해 38곳으로 집계됐다.
차정준 한국학원총연합회 대구시지회장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수도권처럼 입학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며 "대구는 영어유치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지역 전반에서 학부모 선호도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어민 교사 채용과 시설 투자 등 초기 비용 부담이 커 향후 영어유치원이 크게 늘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영어유치원이 수성구와 달서구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입학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육관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계명대 김은혜 교수(유아교육과)는 "최근 학부모들은 영어 몰입 교육보다 아이의 정서·가치관 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일반 유치원에서도 영어 교육과 체험활동이 강화되면서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만큼, 영어유치원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영어유치원은 1개반이 8~12명으로 구성된다.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맡고 한국인 담임교사가 보조한다. 수업 시간은 대체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이고, 일부는 방과후 수업을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하지만 비용부담은 여전히 크다. 시교육청이 학원별 교습비 최고액 과정을 기준으로 산정한 월평균 원비는 110만원이다. 실제 학원에 확인한 결과, 종일반 기준 월 115만~135만원수준이었다. 여기에 급식비(월 15만원), 교재비(월 10만원), 입학금과 원복 비용(40만~50만원)이 추가된다. 입학 첫 달에만 200만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일반 직장인 가정엔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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