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시의 이유 있는 AI 자신감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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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2 06:00  |  발행일 2026-01-11
이승엽기자<산업팀>

이승엽기자<산업팀>

대구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성서산업단지는 기계와 금속 등 뿌리산업 기반 영세 제조기업이 집적된 공장지대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공기에 섞인 기름 쩐내, 곳곳에 있는 폐공장 등 여느 산업단지와 다를 게 없던 이곳에 얼마 전부터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들어오면서다. 대구시와 경북대가 손잡고 작년 말 개소한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는 이곳 생태계를 하나둘 바꿔놓고 있다. 현장에서 AI는 불량을 줄이고, 낭비를 덜고, 사람의 촉을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로 스며든다. 최근 대구시가 표방하는 '제조 AI 선도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다.


AI 패권 경쟁이 뜨겁다. 이 논쟁은 종종 '누가 더 큰 모델을 가졌나'로 흘러간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홍보하는 수조원대 데이터센터 유치 및 연구기관 설립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치 이들 인프라를 유치하지 못한 지자체는 AI 패권 경쟁에서 밀려난 듯한 인상마저 줄 정도다. 그러나 지방도시 대구의 셈법은 달랐고, 달라야 했다. AI를 직접 개발·생산하기보다는 AI를 써서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 5천510억원 규모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AI 시대 대구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무의미한 체급 싸움에 뛰어들지 않고, 그간 쌓아올린 제조 영역에서 새 활로를 찾은 것이다.


다행히 제조 AI 도시 대구로의 전환은 순조롭다. 작년 대구는 정부의 제조 AI 국비 공모사업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제조 AI 선도도시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AI 융합 무금형 디지털 제조 기술 활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소부장 미래혁신기반구축사업'과 지역 특화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지역 주도형 AI대전환사업', 그리고 AI 기반 초고다층 PCB 자율제조 제조라인을 구축하는 'AI팩토리 선도사업'이다. 기존 산업의 공정 최적화는 물론 의료기기 등 미래 신산업까지 연결하는 밑그림도 그려냈다. AI 기반 기업지원 거점도 마련했다. 동대구벤처밸리 워킹스테이션(옛 동부소방서)에 조성되는 '대구AI 혁신센터'는 AI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 데이터프리존 등 기업 공동 활용 핵심 인프라를 갖춘다. 노쇠한 지역 제조업에 AI 혁신 엔진을 장착할 예산과 시간, 공간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대구시는 2026년을 제조 AI 본격 도입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패권 경쟁의 답은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현장의 변화에 있다는 게 대구시의 자신감이다. 눈에 띄는 피지컬 AI 모델이나 수조원대 데이터센터가 아니더라도 AI는 대구를 매일 조금씩, 그리고 더 확실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AI 패권 시대, 대구는 체급 싸움 대신 적용의 깊이를 택했다. 이승엽 기자<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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