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달러 환율과 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연말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한때 진정되는 듯했던 환율은 새해 들어 줄곧 오르면서 어느덧 1,460원 턱밑까지 이르렀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까지 동원,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환율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다 물가도 불안하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에 머물렀지만,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8%나 급등했다. 겉으로 보기엔 물가가 다소 안정세에 접어든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소비자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착시의 물가 안정이라 할 만하다.
금리 인하도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기준금리는 5연속 동결 분위기다. 오는 1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환율 탓에 물가 상승률도 목표치(2%)를 웃도는데다, 수도권 집값도 여전히 오름세인 만큼, 한은이 금리를 낮춰 시장 불안에 기름을 부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와 달리, 시장 금리는 급등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4%대 수준을 유지하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초 6% 후반까지 치솟았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 위축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 우리 실물경제 풍경은 냉랭하기 짝이 없지만, 정부는 낙관 일색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15분기 만에 최고치가 됐다"고 자찬했다. 여기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삼고, 성장률 목표치를 2%로 내걸었다. 이는 지난해 1.0%(전망)의 두 배다. 다분히 반도체 호황 영향이 크다. 실제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올 성장률은 1.4%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증시 활성화 영향 등으로 내수 회복을 예상하지만, 이것만으론 민생 경제에도 온기가 퍼져 성장세가 확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민생 경제의 한파가 이어지는 상황에 '통계 착시'에 빠져 할 일을 회피해선 안 된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물가 안정이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경제 체력을 더 기르고, 환율과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다 '올 경제 성장전략'으로 내세운 균형성장과 양극화 완화에는 더 매진하기를 바란다. 지방 주도성장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장 확실한 방책이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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