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례없는 1월의 대형 산불…인재인가 기후변화인가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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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2 06:00  |  발행일 2026-01-12

지난 10일 오후에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은 또 한 번의 초대형 산불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의성읍 비봉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주민 340여명이 대피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늘을 뒤덮은 연기와 멀리서도 보이는 시뻘건 산불의 빠른 확산 속도를 보면서 많은 의성군민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저녁 무렵에 휘몰아친 눈보라가 아니었으면, 작년 3월 경북 북·동부지역을 초토화시킨 초대형 산불이 또 한 번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산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다. 엄동설한에 강한 화세를 동반한 산불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누군가에 의한 방화라면 방화범을 반드시 잡아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실화이더라도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지 여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겨울철 강수 감소, 건조일수 증가, 국지적 강풍은 이제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후의 일상이 되고 있다. 만약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면 대응책은 국가적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동시에 작년 3월 초대형 산불 이후 제기돼온 산림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도 이번 산불을 계기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산림을 '손대지 않는 대상'으로만 여겨온 보존중심 정책은 기후변화와 달라진 농산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숲을 방치하는 보존이 아니라,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불길의 확산을 차단하는 관리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민에 의한 관리가 되지 않는 산림이 늘고 있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시설물에 대한 인식도 달리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풍력 시설물이 산불 확산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작년 3월 초대형 산불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관리된 시설 부지가 불길의 연속성을 끊는 방재 인프라로 작동했다.


이번 산불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눈보라가 오지 않았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전개됐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안전을 자연의 운(運)에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인간이 준비하고 대응하는 산불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림 보존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기후변화의 현실에 맞춰 능동적인 관리로 전환하지 않으면, 다음 번에 마주칠 재난은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이번 산불이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정책 전환이 필요한 사례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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