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재판을 마친 D양이 법원 입구에서 취재진을 피해 빠져 나오고 있다. 피재윤 기자
고등학교에 상습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학부모와 기간제 교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의 범행을 방조한 학교 행정실장도 실형을 받았고 유출된 시험지를 이용해 시험을 치른 학생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 손영언 부장판사는 14일 특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기간제 교사 B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3천150만원을 선고했다.
야간주거침입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교 행정실장 C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딸 D양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딸의 옛 담임교사였던 B씨와 공모해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 무단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7차례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절취하거나 절취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시험지 확보에 가담했고, A씨로부터 16차례에 걸쳐 3천1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 D양은 훔친 시험지임을 알면서도 문제와 답을 미리 익혀 시험을 치러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D양이 학교 내신 평가에서 장기간 최상위 성적을 유지한 정황을 확인했다.
행정실장 C씨는 행정실 문을 고의로 잠그지 않거나 출입 비밀번호·열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침입을 가능하게 하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사건이 드러난 이후에는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7월 4일 기말고사 기간 중 사설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발각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일부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훼손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됐다.
손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교육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학생들의 학습권과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실히 노력해온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안겼고, 다수 교직원의 직업적 자존심까지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D양에 대해선 미성년자로서 성적 압박과 보호자의 요구에 따른 범행이라는 점, 성적 무효 처리와 퇴학 처분 등으로 학교생활의 기반을 상실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학부모 A씨에게 징역 8년, 기간제 교사 B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3천150만원, 행정실장 C씨에게 징역 3년, 학생 D양에게 장기 3년·단기 2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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