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애씨
경북 안동에서 활동 중인 추은애(52)씨에게는 두 개의 이력이 따라붙는다. 한때 안동 한우 홍보사절단 출신의 여성 프로볼링 선수였고, 지금은 영남지역 최초의 여성 장례지도사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이름표는 그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서다.
추 씨는 2013년 '추은애의 장례 이야기'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례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과 내년에 각각 대학과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과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그가 장례지도사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뜻밖에도 가족사에서 비롯됐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염'이라는 절차를 알게 됐고, 입관식을 돕는 과정에서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처음 마주했다.
"그때는 이게 제 인생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러나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그는 어린 동생들을 책임지는 소녀 가장이 됐고,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장례 현장은 그에게 '직업'이자 '책임'의 공간이 됐다.
30대 시절 그는 프로볼러 자격을 취득하며 볼링 동호인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체조선수 신수지, 뮤지컬 배우 민우혁과 동기다. 그러나 안정적인 스포츠 활동 대신, 그는 누구도 쉽게 택하지 않는 장례지도사의 길을 선택했다. 아이들에게 장례식장의 '음의 기운'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처음에는 반대가 거셌다. 가족은 물론 친척들로부터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남편 역시 "가족은 생각하지 않고 본인만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 안동은 물론 부산·울산·대구·청도·포항·상주까지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입관 시간에 늦을까 봐 하루 전날 현지에서 숙박하는 일도 잦았다.
"열심히 하면 결국 알아주더라고요." 편견은 시간이 지나며 신뢰로 바뀌었다. 여성 장례지도사에 의구심을 품던 이들도, 입관복을 입고 정성을 다해 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는 집안 흉사가 생기면 가장 먼저 그를 찾는 지인들도 적지 않다.
'추은애의 장례 이야기'는 현재 의전팀장 3명과 안동 9명, 영주 6명 등 총 15명의 의전관리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단순한 의전 인력이 아니라, 유족의 손과 발이 돼 장례식장의 살림을 책임진다. 경제적 부담과 상실의 슬픔에 지친 유족이 오롯이 고인을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추씨는 전통상례 전수조교 과정을 수료했고, 장례지도학과 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현장 경험과 학문을 함께 쌓으며 자신의 자질을 높이고, 후진 양성을 준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그는 장례지도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약사는 약을 짓고, 교사는 가르치고, 판사는 법을 다스립니다.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죽음의 현장에서 삶의 품격을 지켜온 12년. 추은애씨의 장례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가장 단단한 책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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