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판 ‘정원도시’ 제안… 새마을운동 2.0 시동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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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4 21:36  |  발행일 2026-03-04
[영남일보·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공동기획: 동양의 스위스 대구·경북 정원도시 프로젝트]
<1편> 왜 지금 정원도시인가?…새마을운동의 재탄생
유상오 원장 “새마을운동은 최초의 정원도시 운동”
생존 투쟁이던 과거와 결별, 삶의 질 높이는 공간 재해석 필요
낙동강·백두대간 활용해 ‘동양의 스위스’ 만드는 전략 제언


경북천년숲정원. 경북도 제공.

경북천년숲정원. 경북도 제공.

최근 '광역단체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빨대 효과로 인한 지역 내 양극화 심화, 부실한 입법 내용, 의견 수렴 부족 등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행정통합 이슈가 강한 파급력을 갖는 데에는 지방소멸이란 거대한 파고가 현실로 다가온 탓이다.


이에 영남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 <사>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함께 행정통합의 부작용과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원도시'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기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사회·환경적 선순환을 일으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새마을운동'의 2.0 버전으로 승화하자는 것이다.


◆ 새마을운동 2.0: 최초의 환경 디자인 운동을 계승하다


유상오 진흥원장(환경계획학 박사)은 대구·경북의 자부심인 '새마을운동'을 장소적 시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 원장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을 자본주의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물·숲·마을 디자인 운동'이었다"며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 최초의 정원도시 운동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의 새마을운동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생존의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경관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새마을운동을 물을 다스리고 나무를 심으며 마을의 근간을 디자인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디자인 운동으로 보고, 대구·경북의 환경을 '새마을 2.0-정원도시 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주장이다.


유 원장은 "단순히 꽃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민과 귀농인이 주체가 돼 마을의 물길과 숲을 디지털산업 자산으로 디자인할 때, 정원은 복지를 넘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산림테크이자, 강력한 치유 쉼터로 동양의 스위스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지방소멸을 막는 대구·경북형 정원 국가 모델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 대구·경북의 차별적 DNA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다른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대구·경북만의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 그 차별점은 압도적인 '경관의 다양성'과 '서사(Story)', 풍부한 신라문화부터 조선의 동양적 신비주의 등 무한하다는 게 진흥원의 분석이다.


먼저 낙동강 700리의 웅장한 풍경과 동해의 푸른 해안선은 대구·경북의 젖줄이자 생태디자인의 시작점이다. 네덜란드가 '강에게 공간을(Room for the River)' 주면서 치수와 경관을 동시에 잡아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 되었듯, 낙동강과 동해는 세계적 '선형 정원'의 디자인 잠재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백두대간의 정기를 품은 경북 봉화, 영양, 청송의 산림은 유럽의 인터라켄 알프스에 뒤지지 않는 치유 인프라로서의 가능성을 가졌다는 게 진흥원의 평가다.


일부 산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프라를 잘 개발한다면 스위스가 척박한 산악 지형을 세계 최고의 관광 자산으로 만든 것처럼, 경북이 '산림수도'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웰니스 거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단순히 경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경북이 가진 문화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예를 들어 안동과 영주의 유교 문화, 경주의 천년 역사 등은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자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아름다운 마을 네트워크(I Borghi)'처럼, 곳곳에 자리 잡은 고택과 종가는 인위적인 공원이 줄 수 없는 깊은 영혼의 휴식을 제공한다는 평가도 많다.


◆ 정원, 단순 관광 아닌 AI·장소 산업


정원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도시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자본이 흐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 가꾼 나무와 숲은 인구를 유인하는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잘 가꾼 가로수와 숲길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환경·복지를 넘어, 도시의 지가(地價)를 올리고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경제 인프라로서 해석이 가능하다.


또 마을의 아름다운 장소는 관광 상품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담장을 낮추고 꽃을 심으며 관리하는 공간은 그 자체로 스위스의 산악 마을처럼 세계적인 '인생샷'의 명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스타그램처럼 SNS의 파급력이 큰 요즘, 경관 경쟁력은 방문객을 부르는 강력한 지역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싱가포르가 '정원 속의 도시'를 표방하며 '보타닉 가든'을 만들고 글로벌 기업을 불러들였듯, 대구·경북에서도 아름답고 스토리가 있는 정원 인프라를 통해 청년들이 돌아오고 워케이션(Workation)족이 머무는 매력적인 정주 여건을 만드는 인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주민이 정원사가 되는 시대


다만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행정이 아니라 주민이 되어야 한다. 과거 새마을운동의 주요 동인이 마을 주민들의 자발성에 있었던 것처럼 행정은 '설계도'와 '지원책'만 제공하고, 그 틀 안에서 마을을 사랑하고 가꾸는 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 원장은 "주민이 주체로서 마을규약을 만들고, 골목을 디자인하며, 정원 조합과 사회적 기업 청년벤처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기업·공장·산업을 유치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 것인가'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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