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공천 받으면 끝인가” 주민보다 당만 보는 후보들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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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5 21:30  |  발행일 2026-03-05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6·3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경북의 정치판을 보며 후보들에게 묻는다. 지금 누구를 보고 뛰고 있는가. 주민인가, 공천권자인가.


시장통에 나와 두 손을 맞잡으면서도 속으로는 '이번 경선 구도가 어떻게 되나'만 계산하고 있지 않은가. 경로당을 찾아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도 '누가 전략공천을 받나'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은가. 명함은 주민에게 건네지만, 시선은 늘 당 안을 향하고 있지는 않은가.


동네 선거라면서 정작 동네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어놓은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청년이 왜 떠나는지, 왜 떠날 수밖에 없는지 냉정하게 진단해 본 적 있는가. 침체된 지역 상권을 어떻게 되살릴지,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 부족을 어떤 구조적 해법으로 풀어낼지. 소멸 위기에 놓인 읍·면을 어떻게 지킬지 구체적인 숫자와 계획으로 제시해 본 적 있는가. "노력하겠다"는 말은 다짐일 뿐 대안이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이 강한 이 지역에서, 후보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유권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진짜 지역 현안을 공부하는지, 누가 공천의 문턱만 바라보는지. 주민들은 생각보다 정확히 본다.


주민을 설득하는 정책 경쟁보다 당 안의 줄서기가 더 중요해 보이는 순간, 선거는 이미 반쪽이다. 공약은 형식이 되고, 토론은 의례가 된다. "어차피 공천받으면 끝"이라는 말이 떠돌 때, 주민의 자존심도 함께 상처 입는다. 선거가 주민의 선택이 아니라 당의 결정으로 굳어지는 순간, 지방자치는 껍데기만 남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 후기 향촌 사회가 자리 다툼에 매몰되며 고을 살림을 놓쳤던 장면이 있다. 공공의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권력 내부의 이해가 앞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었다. 지금 우리의 지방정치도 공천 경쟁에만 사활을 건다면 다를 바 없다. 계파는 남고 민생은 밀려나는 정치, 그것이 반복된다면 지역의 미래는 점점 더 멀어진다.


그렇기에 공천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공천은 출발선일 뿐이다. 선거는 당의 행사가 아니라 주민의 일이다. 경로당에서, 시장통에서, 공장 앞에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날아오는 질문을 피하지 말라. "제가 하겠다"라는 막연한 약속 대신 "이렇게 하겠다"라는 실행 계획으로 답하라. 언제까지 무엇을 바꾸겠다는지, 실패하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지 분명히 밝혀라.


정치 신인들에게도 고한다. '새 인물', '세대 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판에 뛰어든 그대들이지 않은가. 공천 번호표에만 영혼을 맡기지 말라. 기성 정치의 문법을 답습하면서 간판만 바꾼다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다. 실력과 소신으로 자신을 증명하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 대신 "이렇게 바꾸겠다"는 청사진으로 말하라.


정치의 본질은 공천장에 찍힌 도장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을 돌보는 민의에 있다. 낡은 관행을 깨는 건강한 긴장과 도전이 없다면 '정치 신인'이라는 이름표는 허울 좋은 장식에 불과하다. 공천 지상주의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그대들 또한 '새로운 피'가 아니라 '더 젊은 꼰대'일 뿐이다.


후보들에게 다시 한 번 고한다. 정치를 하겠다면 공천이 아니라 주민을 두려워하라. 당의 눈치보다 민심의 무게를 먼저 느껴라. 줄서기가 아니라 실력으로, 충성이 아니라 정책으로 승부하라.


그때 비로소 대구·경북의 동네 정치도 제 숨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은 말할 것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정말 우리 삶을 두고 겨룬 선거였다고. 속이 시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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