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리튬 가격 추이.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로 리튬 가격이 폭락하며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 역래깅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SUNSIRS 캡처>
지난 1월, t당 18만 위안을 돌파하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던 탄산리튬 가격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란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을 점쳤던 시장의 예상과 달리, 전쟁 공포가 불러온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리튬 가격을 하루 만에 13% 폭락시키며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 다시 '역래깅(Inverse Lagging)' 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시장은 물류비 상승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리튬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3월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는 '수요 파괴'다. 중동 전쟁 확산으로 유가가 치솟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이는 곧 금리 인하 지연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전기차 시장을 덮쳤다.
중국 상품 데이터그룹 SunSirs의 탄산리튬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시장의 냉혹한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2025년 12월 9만 위안대에서 출발한 리튬 가격은 올해 초 가파르게 상승하며 1월 중순 17만 위안을 돌파, 2월 말에는 18만 위안선에 육박했다. 전쟁 발발 직후 그래프는 수직 낙하하며 9일 현재 15만 위안대로 주저앉았다. "전쟁으로 기름값이 오르면 전기차가 잘 팔릴 것"이라는 낙관론 대신, "전쟁으로 경제가 무너지면 차 자체를 안 살 것"이라는 비관론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국내 양대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역래깅(Inverse Lagging)' 현상 때문이다. 역래깅이란 원재료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사이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뜻한다. 양극재 판매가는 현재의 리튬 가격에 연동되는데, 실제 생산에는 2~3달 전 비싼 가격에 사온 재고를 투입해야 하므로 '고가 원료 투입-저가 제품 판매' 구조가 형성돼 마진이 급격히 깎이게 된다. 어렵게 진정시켰던 재고평가손실이 다시 불거지며 1분기 흑자 전환을 노리던 소재사들에게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다행히 공급망 측면에서의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코프로 관계자는 "리튬 등 핵심 원료 공급처가 주로 남미와 호주에 집중돼 있어, 분쟁 지역인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과는 물류 동선상 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코프로의 경우 영업기밀상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수개월 치의 탄산리튬 재고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소비 둔화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 상태여서, 전쟁 장기화에도 당장의 원료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을 타개할 새로운 기대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전쟁 여파로 위축된 완성차 시장 대신, 고성능 배터리 수급이 필수적인 로봇 산업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전기차 수요를 일부 자극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방산이나 산업용 로봇 등 특수 목적용 배터리 시장이 리튬 가격 변동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의 '수직 계열화' 완성도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본다. 포스코퓨처엠은 그룹사 차원의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을 보유해 원료 도입 비용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방어력'을 갖췄다. 에코프로는 폐배터리 재활용과 리튬 가공을 잇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으로 맞서고 있다.
김태현 포항상공회의소 대외협력팀장은 "결국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소비 부진이 가장 큰 변수"라며 "과거처럼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공급망 내재화 수준이 기업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탄산리튬? = 2차전지(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필수 원료.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얀 석유'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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